자하문 푸페또클럽
2022년 가을, 나는 첫 유럽여행에 나섰고 여행의 주된 목적은 현지음식 한끼라도 더 먹기...였다. 가니시 야채 한점이 없는 본토식 파스타가 푸짐함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별로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면과 소스 본연의 맛, 그리고 북부식의 농후한 풍미를 매우 사랑하게 됐다. 아무튼 서촌에 위치한 푸페또클럽은 4년전 피렌체의 기억을 소환하도록 해주는 맛이었다. 자리를 잡고 주문하면 따끈한 식전빵이 나오고, 리나센토 백화점 옥상에서 주구장창 마시던 아페롤스피리츠가 나왔다.(사실 이게 가격대비 양이 많고....은은한 오렌지향이 좋아 매번 시키게 됐다.)
까르보나라에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파스타 마니아들은 알 것이다. 특유의 꾸덕한 식감은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과 치즈, 그리고 생달걀 노른자에 의존한다. 구안찰레나 판체타를 바짝 볶고 면을 넣은 다음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치즈와 노른자를 넣는다. 불 조절을 조금만 잘못하면 노른자가 푸석하게 익어버리므로 상당히 고난도 레시피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맛본 파스타보다는 살짝 물기가 더 많은데, 크림을 조금은 넣는게 아닐까 추측....
어부 파스타는 말 그대로 조개와 생선살 등을 듬뿍 넣은, 바다향이 느껴지는 파스타다. 은박지로 만든 백조 형상을 치우면 안에 파스타가 들어 있음. (프로포즈 같은 이벤트에 적절할 것 같다...) 신선한 해물에 향긋한 딜 생잎, 중간중간 짭짤하게 씹히는 케이퍼가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디저트로는 상큼한 레몬 소르베를 주문했다. 마무리로는 캄파리와 베르무트를 섞은 네그로니 칵테일을 추가.
약초를 원료로 한 캄파리는 쓴맛이 꽤 강한데, 앞서 마신 아페롤과는 달리 깊고 어른스러운 맛이 난다. 다소 느끼한 식사 후 마무리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