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과 주가 폭락

by이영태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삼성전자 주식이 하락했습니다. 우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 정보를 검색해 보지만 알 수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 행보에 대해 2분기 잠정실적을 보고 판단하자고 했습니다.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자 전문가들은 “실적이 이미 선반영 되었다.”, “성과급 충당금 이슈”, “비메모리와 세트(DX) 부분 부진”을 이유로 뽑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실적발표 전날 이런 이유들로 주가는 크게 빠질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비슷한 사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42% 하락하는 데 그쳤고, 이후 3 거래일 연속 상승 전환해 한 달 후에는 오히려 11.99% 올랐습니다. 최악의 뉴스(총수 구속)가 나왔는데 시장은 "제왕적 리더십 리스크가 해소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의사결정이 투명해진다"는 서사로 재해석했고, 그 서사가 가격을 밀어 올렸습니다. 이게 오늘 삼성전자 사례와 거울상입니다. 최고의 뉴스(사상 최대 실적)가 나왔는데 시장은 "재료 소멸", "성과급 충당금으로 이익의 질에 의구심"이라는 서사로 재해석했고, 그 서사가 가격을 끌어내렸습니다. 방향은 반대지만 메커니즘은 동일합니다. 가격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시장이 이미 들고 있던 불확실성(오버행)을 없애주는지 아닌지에 반응합니다.

이런 전문가들의 답변은 후행적 언어입니다. 사실은 애널리스트 들도 정확히 분석할 수 없는 영역인데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입니다. 어쩌면 주식시장은 눈치게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미 경제학에 이름이 있는 현상입니다. 다만 그 이름을 아는 것과, 그걸 매일의 시장에서 실감하는 건 다른 차원이죠.

케인즈는 『일반이론』에서 주식투자를 신문 미인대회에 비유했습니다. 참가자가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굴"을 뽑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뽑을 것 같은 얼굴"을 뽑아야 상금을 받는 구조라는 겁니다. 한 단계 더 가면 "다른 사람이 무엇을 다수가 고를 거라 예상하는지를 예상하는" 게임이 됩니다. 애널리스트든 개인이든, 결국 "기업의 진짜 가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이 재료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추론하고 있는 겁니다. 눈치게임이 바로 이 구조입니다.

이게 반증 불가능한 게 아니라, 정확히는 재료 자체가 아니라 그 재료를 해석하는 "국면의 지배적 서사(dominant narrative)"가 매번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너 구속이라는 재료는 "리더십 공백"으로 읽힐 수도, "제왕적 리스크 해소"로 읽힐 수도 있었고, 그때그때 시장 참여자 다수가 어느 프레임에 베팅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이 정반대로 가격에 반영됩니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사실 "기업가치 계산"보다 "이번엔 시장이 어느 프레임을 고를 것인가"에 대한 추측에 가깝고, 그래서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이 되는 겁니다. 이건 그들의 무능이 아니라 게임 구조 자체의 한계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 참여자의 인식이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현실 자체를 바꾼다고 봤습니다. "다들 오른다고 믿으면 사고, 사니까 실제로 오르고, 오르니까 더 믿는다"는 순환 구조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펀더멘털이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가격과 믿음이 서로를 강화하며 함께 움직입니다. 실적은 이 순환을 끊거나 강화하는 하나의 '사건'일뿐, 그 자체로 방향을 정하지 못합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거대 IB 기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량 매입 후.


1) 삼성전자의 주가가 어느 정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2) 이 종목이 좋다고 소문을 내며 수익실현을 한다.

3) 다시 매입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있고 일반인도 추가 매수가 붙지 않는다.

4) 소문 혹은 여러 가지의 기법으로 주가를 떨어트린다.

5) 개인들이 공포를 느끼거나 횡보로 지루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매도한다.

6) 적당히 낮아지면 다시 매수한다.

이렇게 6단계 가설을 제시해 봅니다.


실례로 모건 스텐리는 2017년 11월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을 예견하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만에 5%가 폭락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오판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50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또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로 목표주가를 하향했지만, 이 보고서를 낸 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모건스탠리 스스로도 3개월 만에 슬그머니 목표주가를 재상향하고, 12월엔 '겨울이 지구온난화를 만났다'는 보고서로 자기 전망을 뒤집었습니다.

2022년 10월 이번엔 정반대로 '빙하기의 끝이 보인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정작 다음 해인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조 원에서 십수조 원의 적자를 내며 보고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2024년 9월 '겨울이 다가온다'와 '메모리-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 보고서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54% 하향했는데, 같은 시기 미국 마이크론에는 '중립' 의견을 유지해 'K-반도체 때리기', '미국 반도체 원팀 전략' 의혹까지 제기되며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 당일(7/7~8), 모건스탠리가 2021년 '겨울이 오고 있다'와 같은 논조의 새 보고서("Winter Looms" 계열)를 내고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10년 치 주가·보고서 타이밍을 대조 분석한 결론이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는 주가가 하락한 이후에, 매수 리포트는 주가가 오른 이후에 주로 나오는 뒷북 보고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가하락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가장 큰 것은 거대 IB들의 차익실현이 이유입니다. 거기에 더해 국내 레버리지 ETF가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레버리지 ETF가 상승땐 더 높이 올리고 하락땐 더 낮게 밀어냅니다. 실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위로 지난달 27일 상장 후 첫 주부터 순자산 2조 2274억 원으로 전체 16종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최근(6/29~7/3) 거래대금 기준으로도 23조 6422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11.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입니다. 그 뒤를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잇고, 삼성전자 기초 상품 중에서는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선두입니다. “삼전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 생태계 전체(국내+홍콩+영국+미국)가 합쳐지며 하나의 자기 증폭 구조를 만들었고, 그중 국내 상장 상품의 국내 시장 직접 리밸런싱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지금 주식시장은 실적이나 가치보다는 거대 시스템에 물려 움직이는 구조물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국민연금등 거대 기관들의 시스템적 리벨런싱, AI를 활용한 자동매매 프로그램, 반대매매등 인간의 의사결정과 상관없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 변모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실적을 분석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적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시장은 숫자를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서사를 거래하는 곳이다. 따라서 장기투자자는 오늘의 서사보다 시간이 검증하는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위적 리듬에 휩쓸리지 않고 자연적 시간의 저울이 작동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실천적 형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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