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처럼 드나들어서 미안하네요........
낙화
이세벽
꽃은 지는데 아무도 울지 않았다.
떨어뜨리고 간 외투같이
축제장의 의자는 황혼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빈 성을 지키는 파수꾼같이
깃발은 바람에 나부꼈다.
저무는 길 위에 하나둘 꽃잎 지는데
차마 나는 돌아서지 못해 우두커니 어두워졌다.
터벅터벅 멀어지는 그대의 뒷모습,
시든 사랑조차 미어져
검붉었던 맹세 걸음마다 별처럼 지는데,
울지 않는다고 그 마음 멍이 들지 않겠는가.
검붉었던 추억 걸음마다 잎새처럼 지는데
떠난다고 그 사랑이 멍들지 않겠는가.
밤이 깊어 가고,
꽃은 지는데 아무도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