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는 말이 필요 없었다.
캔버스 앞에서 나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붓을 들고, 색을 고르고, 선을 긋는 동안에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림은 보는 것이었고, 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됐다.
그런데 전시를 하려면 말이 필요했다.
작가노트.
제목, 재료, 크기, 작업 방식.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빈칸들을 하나씩 채우면서 나는 그림 앞에 다시 앉았다.
이번에는 붓이 아니라 문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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