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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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하나 있다.

'다음 방송엔 무조건 터질 겁니다'

론칭 첫 방송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담당 MD도, 협력사 대표도, 마케터도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두 번째 방송도, 세 번째 방송도 대체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해당 브랜드의 이름은 조용히 편성표에서 사라지고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낙관이 문제일까?

아니다. 낙관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결과 앞에, 그리고 숫자 앞에서는 보다 냉정했어야 한다.

낙관이 문제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끝내 직면하지 않은 채 외면한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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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소개한 흥미로운 개념이 있어 소개해본다.

'제임스 스톡데일(James Stockdale)'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해군 장교였다. 공군 조종사였던 그는 1965년 격추되어 포로가 된다. 그리곤 북베트남 포로수용소에서 무려 8년을 버틴 후 본국으로 생환되며 전쟁영웅이 된 인물이다.

짐 콜린스가 스톡데일에게 물었다.

'고문과 굶주림과 극한의 고립 속에서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습니까?'

스톡데일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저는 결국 살아서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단 한 순간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버티지 못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나요?'

콜린스가 다시 물었다.

스톡데일의 답이 충격적이었다.

'낙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까지는 될 거야'라고 하던 사람들. 그렇게 희망만 품다가 결국 상심해서 죽고 말았습니다.'

단순히 낙관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낙관이 그들을 죽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낙관하되, 냉혹한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다.

다시 그 홈쇼핑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다음 방송엔 무조건 터질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말이 나쁘다 생각하진 않는다. 잘 될거라는 긍정의 믿음 자체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 말 뒤에 따라와야 할 질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왜 첫 방송이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온 것일까?'

'고객이 외면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이 상품의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

적어도 이러한 질문들이 살아있었다면, 그 브랜드의 두 번째 방송은 첫 번째와는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운이 없었어. 다음엔 될 거야'라는식의 무조건적인 낙관은 이러한 질문들을 외면하게 만든다.


기획의 현장에는 늘 두 종류의 위험한 사람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현실만 바라보는 비관론자다.

숫자가 안 나오면 포기하고, 시장이 어려워지면 손을 놓고, 첫 번째가 실패하면 아예 두 번째 시도를 포기한다. 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을 예상하는 게 이들이다.

두 번째는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론자다.

'이번엔 잘 될 거야'를 반복하면서 '왜 안 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외면한다.

데이터가 경고를 보내도 믿도 끝도 없는 믿음으로 무시한다. 팀원들이 흔들리고 있어도 '곧 좋아지겠지'라며 문제를 덮어버리는 게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첫째, 숫자 앞에서는 솔직하고 냉철해야 한다.

론칭 후 일주일, 기대했던 숫자가 나오지 않을 때 '아직 초반이니까 지켜보자'는 말과 '지금 데이터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뭔지 파악해보자'는 전혀 다른 태도다. 전자는 가만히 앉아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후자는 지금의 혹독한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다.

둘째, 리더라면 팀원들에게 솔직한 언어를 쓰자.

프로젝트가 어려울 때 리더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이 정도면 괜찮아'라는 자기 위안이다. 막상 팀원들은 지쳐있는데 이렇다 할 대안 없이 '곧 좋아질 거야'라고만 말하는 것은 리더로서 가장 무바카라임한 행동이다.

사기를 위한 낙관과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은 엄연히 다르다.

좋은 리더라면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지금 상황이 어렵다는 거 나도 알아. 솔직히 쉽지 않아. 하지만 우리가 지금 바꿔야 할 것은 이것이고, 이것을 바꾸면 우리는 결국엔 해낼 수 있어.'

처한 냉혹한 현실은 인정하되, 믿음을 잃지 않는 것.

셋째, 기획의 끝을 믿되 지금을 바꾸는 것이다.

이 기획이 결국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지금 이 기획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것.

이 두 가지는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만 기획은 살아남는다.

믿음 없이 현실에만 매몰되면 포기로 이어지고, 대안 없이 믿음만 갖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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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론칭 후 숫자가 안 나오기 시작할 때 팀과 함께 반드시 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지금 나온 숫자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어디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복기하는 것이다.

고객이 이탈한 지점, 반응이 좋았던 지점, 예상과 달랐던 지점. 이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고통을 외면하는 순간 반드시 더 큰 고통이 돌아옴을 인정하는 순간, 견딜 수 있는 고통이 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기획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낙관하라. 하지만 낙관은 철저히 현실 위에 서야 한다.'






'최후의 승리를 믿는 것과 지금의 현실을 직면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 제임스 스톡데일(James Stockda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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