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오늘 아침, 오랜만에 여유로운 주말 아침을 맞았다.
나는 주말 아침이면 의식처럼 행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물을 앉히고, 드리퍼 셋팅한 후 핸디 그라인더로 천천히 원두를 간다.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집 안에 퍼지는 커피향을 음미한다. 그리곤 창 밖 풍경을 살피며 커피의 첫 모금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만족(滿足)'
만족은 '찰 만(滿)', '발 족(足)'자가 합쳐진 단어다. 만(滿)은 '가득하다' '차오르다'라는 뜻이 있고, 족(足)은 그냥 '발'이라는 뜻이다. 어째서 '만족'이라는 단어에 발 족(足)자가 쓰이는지 딱히 궁금해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만족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발목까지 차올랐을 때, 거기서 멈추는 것이 바로 가장 적당한 행복이다'
이 말을 접한 순간 행복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滿足)'이라는 한자를 보면서 '행복은 욕심을 최소화 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 점심 자리에서 자리에 함께한 후배 녀석이 밥을 먹는 내내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대체 뭘 그렇게 봐?'
'아~ 주식이요. 요즘 너무 오르고 있어서요. 주변에 저 혼자만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들어가야 하나 타이밍을 보고 있어요'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요즘 흔히 펼쳐지는 온라인 게임가의 점심 풍경이다.
주변에 주변 사람들이 다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그 친구의 표정에는 불안과 조급함이 뒤섞여 있는 듯 보였다.
이른바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라 부르는 망령이다.
'Fear Of Missing Out.'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만 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 불안.
나만 이 흐름에서 빠져있는 것 같은 조급함.
요즘 주식 시장이 과열되면서 이 포모 증후군이라는 망령이 급격히 번지고 있다.
그 후배녀석을 맘을 알기에 말 없이 웃어 넘겼다.
하긴 나라고 예외겠는가.
요즘 주변 사람이 어떤 종목으로 수익을 냈다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내 계좌가 초라해 보인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사람들은 발목의 감각을 무시한 채 물속으로 더 깊이 걸어 들어간다.
무릎까지,
허리까지,
가슴까지,
그리고 목까지.
포모 증후군의 본질은 비교다.
내가 지금 얼마를 가졌는지가 아니라, 남이 얼마를 가졌는지가 기준이 된다.
발목까지 차올라 있어도 옆 사람의 물이 무릎까지 차 있으면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 순간 발목의 시원함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흥미로운 것은 그 옆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무릎까지 차 있는 그 사람도 허리까지 차 있는 누군가를 보며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만족의 기준이 내 발이 아니라 남의 발이 되는 순간, 만족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주식 시장의 역사를 보면 포모 증후군의 결말은 대부분 비슷했다.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21년 코인열풍.
매번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엔 다르다'는 말과 함께 모두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엔 발목,
그 다음엔 무릎,
그 다음엔 허리.
뒤처지기 싫어서,
나만 빠지기 싫어서,
조금만 더 채우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물이 빠질 때 가장 깊이 들어간 사람이 가장 오래, 가장 차갑게 남겨졌다.
발목의 감각을 무시한 대가였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
이 말의 본질은 포모 증후군의 정반대편에 있다.
남들이 물속으로 뛰어들 때, 발목의 감각을 지키는 것.
모두가 더 깊이 들어갈 때, 지금 여기가 적당하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버핏을 버핏이게 만든 가장 핵심적인 태도였다.
그는 발목의 감각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 감각 하나로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되었다.
그날 점심자리가 끝날 무렵 나는 그 후배에게 물었다.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수익이야, 아니면 뒤처질까봐 두려운거야?'
그 친구가 잠깐 멈칫했다.
'선배말을 듣고 보니, 솔직히.. 뒤처지는 느낌이 싫은 것 같기도 하네요.'
후배의 대답을 듣는 그 순간.
문뜩 포모 증후군은 욕망이 아니라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덜 가진 것이 두려운 것이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이 충분히 시원한데도 옆 사람의 무릎까지 차오른 물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헌데, 그 두려움이 해소되는 순간은 물이 더 차오를 때가 아니다.
내 발목의 감각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만족(滿足)'이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해도 가난하다.'
-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