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파샤 사건
실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산화될 것 같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햇볕에 노출되면 몸이 타들어가는 뱀파이어라도 된 양, 집 밖으로 나가기 꺼려지는 여름날이다.
2025년 8월, 그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한낮의 더위가 이어졌다. TV에서는 연이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주의 경고를 보내던 때였다.
그 더위에 개 한 마리가 죽었다. 견주는 가만히 있어도 현기증이 나는 더위에 개를 달리게 했다. 자신의 전동 자전거에 개를 매달고 페달을 밟았다. 전동 자전거가 빠르게 달릴수록 개는 사력을 다해 발을 움직여야 했다. 팽팽해진 목 줄의 고통에 더해진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 위에서 다리를 미친 듯 굴렸다. 개가 지나간 자리에 붉은 피가 발도장을 찍었다. 곧 개의 숨이 사정없이 거칠어지며 심장은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쓰러졌다. 그 후로도 전동 자전거는 질주했고 자전거가 지나간 자리에 개의 붉은 피가 처절한 길을 냈다. 개는 입으로 하얀 거품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운 숨을 헐떡거렸다. 그 신음 소리가 산바카라로 위에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개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은 견주의 말에 또 한 번 주먹을 움켜쥐게 되었다. "살이 쪄서 운동시킨 거다."
공무원들이 도착했다. 견주는 개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완강하게 병원 이송을 거부했다. 실랑이가 끝난 후, 지자체 공무원들은 다시 우왕좌왕하다 죽어가는 개를 병원이 아닌 동물 보호소로 보냈다. 결국 개는 보호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견주는 검찰 수사에서도 "살이 쪄서 운동시키려고 했다"는 망언을 되풀이했다. 이 천인공노할 사건의 가해자인 견주는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조사를 받았고, 끝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최종 선고를 받았다.
나는 함무라비 법을 떠올렸다.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은 동해보복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삼복더위 속 전동 자전거에 견주를 매달고 달리는 상상을 했다. 거품을 물고 쓰러져 목줄에 질질 끌려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눈물, 콧물 흘리며 살려 달라 울부짖어도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라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전혀 통쾌하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 연약한 생명체를 대하는 잔인한 방식에 분노 이상의 괴로움을 느꼈다. 쓰러진 개가 헐떡거리며 내던 높은 음의 신음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고통이 내 피부를 뚫고 전해지는 듯했다. 여전히 그렇다.
개의 이름은 보더콜리 '파샤'였다. 파샤의 죽음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뜻을 모았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파샤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이동 수단에 동물을 묶어 달리게 하는 행위 금지
응급 구호 및 골든타임 대응 의무화
동물학대범의 소유권 제한 및 사육 금지
현장 매뉴얼 준수 및 공권력 바카라임 강화
하지만 인간의 윤리의식은 법에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약함을 사랑할 줄 알고, 다른 생명체에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대받는 반려동물들의 소식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사랑을 주지는 못할망정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정말 이도 저도 다 싫다면 최소한의 측은지심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 '파샤는 엄마가 없고, 말도 못 하고, 사람이 먹을 것을 줘야만 배를 채울 수 있는 존재였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