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들고 두부 가게에 갔더니?!

by발자꾹 김효숙


오늘도 용기를 챙겨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파란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쉼터처럼 보인다.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지나는데 쩌렁쩌렁 울리며 마이크가 울려댄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단지 옆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육대회를 한다. 지난해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체육관에서 하더니 올해는 날이 좋아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들이 보인다. 바깥 놀이할 시간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두런거리며 뛰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학교를 지나 다른 아파트 단지 담장을 따라 걷는데 노랗게 물든 참느릅나무 잎사귀가 도르르 떨어졌다. 여름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땡볕에 지친 나는 서둘러 걷느라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햇빛에 비친 노란색이 자꾸 눈길을 끈다. 한낮의 볕은 여전히 따가워서 그런지 가을이 오는 신호에 설레나 보다.


햇살을 즐기며 사거리 건널목에 도착했다. 살랑이는 하늬바람에 흔들리는 상점 광고 천막이 반갑다.


“어서 오세요.”


“네~~. 두부 한 모 주세요.”


“방금 나와서 따끈따끈해요. 오늘도 용기 가져오셨네요.”


“그럼요. 이제 용기가 일상이 되었네요 하하.



사장님은 미소를 띠고 두부를 덮어둔 투명 비닐을 펼쳤다. 그리고 판에 있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한 모를 스테인리스 뒤집개로 들어 조심스럽게 용기에 담았다.


Gemini_Generated_Image_pzriw7pzriw7pzri.png?type=w773제미나이가 두부가게 아주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 쏙 빼닮게 만들어줬어요 ^^



“뭉개지면 안 돼요. 예쁘게 잘 담겼죠?”


“감사해요. 사장님 덕분에 매끈하게 쏙 들어갔네요.”



계산을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주인장이 나를 붙들었다.


“잠깐만요! 선물 있어요.”


“네?”


“매번 용기 가져오셔서 고마워서 그래요.”




주인장이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무언가 주섬주섬 챙기더니 내 손에 쥐여주었다. 동그스름한 다갈색 알밤 다섯 개였다.


“어머! 야무지고 매끄럽게 생겼네요.”


“집 뒷산에 떨어진 녀석들 중에서 예쁜 것만 골라서 가져왔어요. 달고 맛나요.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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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밝은 목소리에 내 입꼬리는 올라가고 눈가는 촉촉해졌다. 용기를 들고 갔다가 거절당하고 머쓱해져 터덜터덜 걸어 돌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소심한 내가 마음속 깊숙이 웅크리고 용기(勇氣)를 끌어내 싱크대 속에서 용기 하나를 꺼냈다가 도로 집어넣기를 반복하던 그 순간들. “대충 살지. 뭘 그리 유난을 떠누?”라며 핀잔을 주던 이들에게 받은 상처로 가방 속 용기는 다시 싱크대 안쪽 깊숙이 들어가 한동안 나올 줄 몰랐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여름과 겨울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발자국만 슬쩍 남기고 떠나버렸다. 두려운 마음에 다시 용기를 꺼내 들었다. 세상 사람들도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젠 마트나 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용기나 장바구니를 거절하는 상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동네 가게나 시장에 가면 ‘환경 지킴이’라며 칭찬하거나 때론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웃음으로 용기를 받아주는 가게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자주 다니다 보니 단골이 되었다.


내 얼굴만 봐도 “비닐은 필요 없지?”라며 내 장바구니에 오이, 브로콜리, 가지를 넣어주는 채소 가게 아주머니, 또 “어서 오세요! 오늘은 뭐가 필요하세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용기를 받아 드는 고깃간 아저씨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웃음과 반가운 손길을 넘어 선물까지 받았다. 밤톨 몇 개였지만 내겐 고가의 명품보다 더 귀하고 값진 선물이었다.


여전히 시장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당연한 듯 비닐봉지를 주고받는다. 비닐 한 장이라도 더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가방 속 용기를 꺼내는 내 모습을 보고 ‘저거 좋은 방법이다.’라며 혼잣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날마다 신나게 용기 내다보면 언젠가 손에 손에 용기 들고 동네 가게나 마트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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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인장이 함빡 웃는 얼굴로 건네준 두부를 장바구니에 담고, 윤이나는 알밤은 손으로 꼭 그러쥐었다. 집에 오자마자 동그란 밤 하나를 깎아 먹어보니 아삭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입안에 오래 남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던 두부는 집에 올 때까지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노릇노릇 부쳐 저녁 식탁에 올릴 생각을 하니 군침이 돌았다.




#용기두부 #두부가게 #단골 #장바구니 #선물 #용기로얻은선물 #용기로얻은선물 #매끈한알밤


*이 글은 오마이 뉴스 사는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71879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9690843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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