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수확시기
찬바람이 불고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곧 김장철이 다가올 것만 같다. 텃밭에 김장할 때도 쓰고, 평소 밑반찬이나 전을 부쳐 먹으려고 쪽파를 심었다. 그런데 언제쯤 수확해야 할까? 가느다란 쪽파가 굵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쪽파는 어느 정도 굵어져야 요리에 쓰기 편하지만, 반드시 굵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무엇에 사용할 쪽파인지,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수확 시기를 정하면 된다.
대체로 쪽파 종구를 심고 40~5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 잎의 길이가 25~30cm 정도로 자라고 흰 밑동도 어느 정도 굵어졌다면 수확해도 좋다. 다만 자라는 속도는 재배 환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날짜와 크기는 참고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크고 잘 자란 포기부터 필요할 때마다 차례대로 뽑아 쓰면 된다.
① 어린 쪽파를 수확할 때
잎이 아직 가늘어도 먹을 수 있다. 다만 수확량이 적고, 너무 어린 상태에서는 다듬어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을 수 있다.
② 어느 정도 굵어진 쪽파를 수확할 때
잎과 흰 밑동이 충분히 자라 요리에 사용하기 좋다면, 더 굵어질 때까지 무조건 기다릴 필요는 없다.
③ 다음에 심을 종구를 남길 때
종구로 남길 쪽파는 지금 뽑지 않고 밭에서 겨울을 나게 한다. 텃밭에 그대로 두었다가 이듬해에 뽑아 종구로 이용하면 된다.
2026년 쪽파 재배일지
- 8월 20일 종구 심기
- 10월 9일 첫 수확(종구 심은 지 51일째)
올해 쪽파를 하우스에 심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쪽파는 내게 스불재가 되었다.
하우스에 심은 쪽파는 내가 물을 주지 않으면 메마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싹을 틔울 때부터 매일 물 수발을 드느라 고생했다. 괜히 하우스에 심었다며 후회했지만, 쪽파가 자라는 동안 노지에도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니 후회가 아주 깊어지지는 않았다.
물을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는데도 몇 개의 구멍에서 싹이 나올 생각이 없었다. 결국 그 자리들은 포기했다. 남은 쪽파가 어느 정도 자라자 물 주는 횟수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쪽파의 상태가 이상했다. 잎끝이 마르는 일이야 종종 봐왔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아무래도 해충 피해인 것 같았다. 어떤 종류의 벌레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양배추에 뿌리던 약을 썼다. 어떤 녀석이든 잡히길 바라면서...
쪽파는 그동안 약 한 번 쓰지 않고 건강하게 키워왔다는 게 나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피해가 계속 눈에 띄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약을 치기까지 했다. 하우스에 심어서 그런 건가 싶어 내년에는 쪽파를 노지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른 작물에 쓰던 약을 임의로 사용하지 말고, 쪽파와 해당 병해충에 등록된 약제인지 확인한 후 사용하세요.
다행히 10월이 되면서 피해가 잦아들고, 잎끝만 살짝 말랐다. 이 정도야 손질하면서 떼면 되니까 걱정없다. 이제야 내가 알던 텃밭의 쪽파다운 모습이 보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잎이 푸릇푸릇해지는 걸 눈으로 보면서 마음속에는 다른 걸 품었다.
'물을 이틀에 한번씩 주는데 왜 이렇게 자라는 게 느린 거야?'
벌레가 사라지니 이번에는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고 쪽파를 탓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과연 내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성향이 제각각이듯 쪽파가 잎을 키워내는 속도도 제각각이었다.
10월이 절반쯤 지나자 드디어 어느 포기를 뽑아도 먹기 좋을 만큼 자랐다. 파김치를 담으면 그 맛이 끝내줄 것 같은 굵기였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밑반찬용 쪽파였다. 네 식구 먹으려면 한두 포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물을 충분히 자주 주지 못한 탓인지, 노지에서 키운 쪽파를 뽑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노지에서 키울 때는 싹이 튼 뒤로 자연이 알아서 키워줬다. 잔뿌리도 많고 짱짱하게 자라 쉽게 뽑히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의 하우스 쪽파는 달랐다.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해 쉽게 뽑혔고, 잔뿌리도 거의 없었다. 쉽게 뽑히니 나야 편했지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10월 초순에 첫 수확한 쪽파로는 크래미와 부추를 넣어 전을 부쳐 먹었다. 며칠 전 수확한 쪽파로는 김을 넣어 밑반찬을 만들었다. 이런 맛에 텃밭을 가꾼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횟수를 한 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내가 키워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하니 맛도 좋다.
스불재 같았던 쪽파는 결국 입안 가득 가을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