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무 키우기
김장무를 심고 잎이 커지면 뿌리도 굵어지면서 흙 위로 어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때는 김장무의 생육 상태와 텃밭 환경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있다.
비닐멀칭을 하고 김장무를 파종했다면 비닐에 뚫려 있던 구멍보다 무가 굵어져 비닐이 무의 어깨를 감싸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비닐을 찢어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좋다. 굵어지는 무가 비닐에 눌리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햇빛에 노출된 무의 윗부분은 초록빛을 띠기도 한다.
김장무 잎 따기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만약 무청이 건강하고 초록빛을 유지하고 있다면 굳이 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잎은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고, 이 양분은 무가 굵어지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시든 잎은 제거해도 괜찮다. 다만 누런 잎이 갑자기 많아진다면 단순히 오래된 잎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물 관리나 생육 상태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건강한 잎까지 많이 제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026년 김장무 재배일지
- 8월 28일 파종
- 9월 11일 솎음(파종 후 15일째)
- 9월 18일 1차 웃거름(파종 후 22일째)
- 10월 12일 누런 잎 제거
웃거름을 주고 나니 무 잎이 부쩍 커지는 것 같더니 어느새 어깨까지 드러냈다. 아침저녁으로는 잎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지만, 한낮에는 제법 더운 탓인지 아래로 축 처져 있었다. 그래도 흙 위로 올라온 무의 존재감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무청으로 시래기까지 만들어 먹으려고 김장무를 심기 시작한 지도 오래다. 그동안 잎 따기를 해준 건 딱 한 번인가 싶다. 파종할 때부터 간격을 넉넉하게 잡기도 했고, 무청은 언제나 초록빛을 뽐냈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김장무 씨앗을 심은 지 46일째다.
벌써 수명이 다한 걸까. 아래쪽 잎들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웃거름을 줄 때도 무청 상태가 마음에 걸렸는데, 잎이 예년보다 일찍 노래지는 듯하다. 누런 잎을 따려고 잎을 들췄다가 깜짝 놀랐다.
벌써 이렇게 어깨가 많이 올라온다고?
내가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맘때면 원래 이렇게 올라오는 건지 헷갈린다.
헷갈리는 기억과 달리 누렇게 변한 잎들이 눈에 거슬리니 장갑을 끼고 하나씩 떼기 시작했다. 많이 파종했다고 생각했는데 양이 적다. 간격을 넓게 잡아 파종하기도 했지만, 싹이 나오지 않은 구멍도 있는 탓이리라. 무청 시래기를 향한 내 욕심이 커서 실제보다 더 적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런 잎을 정리하고 비닐을 찢었다.
비닐을 찢으니 생각보다 무의 어깨가 많이 드러나 있었다. 아직 뿌리가 한창 자라야 할 시기인데, 이만큼 올라와 있어도 괜찮은 걸까. 햇빛을 받아 초록빛이 도는 건 좋지만, 너무 많이 드러나 마르지는 않을까.
11월 초순에 수확하려면 아직 밭에서 더 머물러야 한다. 이르게 올라온 김장무의 어깨를 바라보니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비가 간간이 오기는 하지만 흙의 목마름을 해소할 만큼은 아니었다. 흙이 지나치게 마르지 않도록 3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고 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요상하게 생긴 김장무가 보였다.
다리를 꼬고 흙 위로 올라온 녀석들이다. 매끈하고 통통하게 자라야 할 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질퍽했던 흙이 마르면서 단단하게 굳어 뿌리가 곧게 뻗지 못한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올해 봄 당근도 작황이 좋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흙 상태가 마음에 걸린다. 김장무마저 이러니 내년엔 다른 곳에 파종을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는 무청 시래기를 만들려고 김장무를 파종했으니까. 파릇파릇한 무청만 수확할 때까지 잘 버텨주면 된다.
조금만 더 버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