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스물

김장배추 결구기 관리 ①물주기

by농부아내


품종과 기온,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김장배추는 모종을 심고 한 달 안팎이 지나면 결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결구기란, 바깥쪽 잎이 크게 펼쳐진 뒤 중심 잎이 안쪽으로 모이면서 속이 차오르는 시기다. 이때 관리를 잘해야 속이 찬 배추를 수확할 수 있다.


결구기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은 수분 관리다. 배추가 속을 채우며 자라는 동안 수분이 부족하면 생육이 더뎌지고 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물을 무조건 많이 주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흙이 계속 질척이거나 배수가 잘되지 않으면 뿌리가 약해지고 병해 발생에도 불리할 수 있다.


물을 주기 전에는 흙의 상태부터 살펴보자. 겉흙만 마른 것인지, 속흙까지 건조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흙 속까지 촉촉하다면 하루 이틀 더 지켜봐도 좋다. 비가 내렸다면 강수량과 흙의 상태를 확인한 뒤 물주기를 결정한다. 반대로 배추 포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흙을 살펴봤을 때 속흙까지 말라 있다면 물을 줄 타이밍이다. 간격을 정해두기보다 흙의 상태를 보고 물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은 잎에 뿌리는 것보다 뿌리 주변의 흙에 직접 닿도록 주는 편이 효율적이다. 고랑에 물을 흘려보내거나 뿌리 주변을 적셔주면 된다. 다만 비닐 멀칭을 했거나 두둑 사이가 좁아 뿌리 쪽에 직접 물을 주기 어렵다면 배추 위로 물을 주되, 뿌리 주변의 흙까지 충분히 젖었는지 확인한다. 물이 한곳에 고이지 않도록 배수 상태도 함께 살핀다.



2026년 김장배추 재배일지
- 9월 3~4일 밭만들기
- 9월 7일 모종심기
- 9월 11일 추가 정식(반찬 및 국거리용)
- 9월 21일 1차 웃거름(정식 후 15일째)



꽃처럼 퍼져 있던 김장배추 잎이 속에서부터 포개지며 차오르기 시작했다. 진작부터 결구가 시작됐지만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 결국 인간 스프링클러가 되어 2~3일에 한번씩 물을 주고 있는 요즘이다.


10월 13일 배추


물 주기가 번거로우니 농부님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줬다. 오후 4시쯤 배추밭에 그늘이 드리울 때마다 2~3일에 한번, 20분씩 물을 줬다. 매번 스프링클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물이 아깝다.


작은 밭에는 스프링클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물을 넓게 뿌리며 돌아가다보니 배추가 심어지지 않은 곳까지 물이 간다. 떨어지는 물줄기에 고랑이 젖고, 배추에도 물이 닿지만 맨땅에 떨어지는 물이 아까웠다.


노지 텃밭 물주기


비가 오긴 했지만 흙을 충분히 적실만큼은 아니었다.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도 물이 뿌리 주변까지 제대로 들어가는 건지 불안했다. 결국 물조리개를 들고 잎을 들춰가며 하나씩 물을 주기도 했다. 잎 사이로 물을 흘려보내기보다 뿌리 쪽 흙을 적셔줘야 목마름이 해결될 것 같았다.


하지만 물조리개로 물을 주기엔 잎이 너무 커져버렸다. 충분히 물을 주려면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 몇 번이고 날라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었다. 두둑 간격이 좁은 곳은 비집고 들어가기도 버거웠다.


하우스 텃밭 물주기


그래서 호스로 직접 하나하나 물을 주기로 했다.

촤악~ 하고 쏟아지는 물줄기가 잎 사이로 스며드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배추 하나에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속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스물.


배추 한 포기당 20초씩 물을 주기로 나름대로 정했다. 그 정도는 줘야 뿌리쪽으로 물이 내려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지와 하우스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에도 차례로 물을 줬다.


반찬, 국거리용으로 심은 배추


나흘 정도 늦게 심은 배추도 결구를 시작했다. 간격을 좁게 심었다가 한 번 솎아 밑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여 먹었다. 숨 쉴 구멍이 생겨서 기분좋은건지 남은 녀석들도 쑥쑥 자라더니 서서히 잎이 모였다. 비닐 멀칭을 하지 않아서 흙 상태가 바로 눈에 보였다. 푸석푸석한 내 피부처럼 흙이 말라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으니 비 온 뒤로 역시 잡초가 기승이다. 이것도 뽑아야 하지만 지금은 물주는 일이 급했다. 양은 적은데 호스를 끌고 오자니 귀찮아서 물조리개에 물물을 담아왔다. 그리고 뿌리 바로 옆의 흙을 적셔줬다. 촉촉해진 흙을 보며 녀석들의 목마름도 가셨기를 바랐다.



오늘도 호스를 끌어다 스물까지 속으로 헤아리며 물을 줘야 한다. 비가 한 번 시원하게 쏟아지면 이 낑낑대는 수고도 덜 수 있을 텐데. 야속한 하늘만 째려보고 만다.


아니구나.

하우스에도 김장배추를 심었지.

결국 번거로움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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