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풍성하다.
마트 과일 코너 앞에 서면 결정장애가 올 만큼 제철 과일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10월 초순인 지금, 단연 눈길이 가는 과일은 ‘시나노골드’다.
사과는 껍질이 빨갛고 속에는 꿀이 들어 있는 것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과엄마네' 농장과 이웃이 되면서 사과에도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절마다 맛있는 품종이 따로 있고, 지금 가장 맛있는 사과가 시나노골드라는 것도 알게 됐다.
판매 소식을 접한 건 개천절 연휴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주말에 주문을 넣었고, 다음 날 총알처럼 도착했다. 농장과 이웃이 되면 결정장애가 조금 줄어든다. 그 계절에 농부가 내놓는 것이 곧 제철이고, 제철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과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때로는 이런 과일 한 상자가 보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나노골드는 껍질이 얇은 편이라 다른 농장의 후기글을 읽다 보면 배송 중 멍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보인다. 택배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과엄마네’는 걱정할 게 없었다.
박스를 열자 진한 사과 향이 먼저 풍겼다. 하얀 포장을 걷어내니 그 안에 빨간 망으로 하나씩 감싼 사과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하나하나 포장하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울까 싶으면서도, 그 정성 덕분인지 멍든 사과 하나 없었다.
시나노골드의 껍질을 얼핏 보면 배 껍질처럼 작은 점들이 콕콕 박혀 있다. 농가에서는 이걸 ‘검은깨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배 껍질은 늘 칼로 깎아 먹었는데, 시나노골드의 이 점들은 괜찮은 걸까? 껍질째 먹어도 되는 걸까?
이 작은 점들은 사과가 자라는 동안 햇빛과 온도, 수분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껍질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햇빛을 충분히 받은 과실에서 더 선명하게 보일 수도 있단다. 움푹 들어가거나 과육이 상한 흔적도 아니고, 깨끗이 씻으면 껍질째 먹을 수 있다고 하니 괜히 걱정했다.
알고 보니 못생긴 흠이 아니라 시나노골드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반으로 자른 시나노골드는 역시 과육이 단단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이미 아는 맛이 입안에 먼저 퍼지는 것 같아 침이 고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입 베어 물었다.
아삭하다.
적당히 새콤하고, 적당히 달다.
너무 새콤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달기만 하지도 않다. 씹을수록 시나노골드 특유의 달콤함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어쩌면 이 정도의 산미가 있어서 단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맛이 좋다.
나는 빨간망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둔다.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땅콩버터를 발라 먹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나노골드 먹는 법은 따로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아직 덥다. 하우스에서 한참 일하고 간식이 생각날 때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낸다. 빨간 망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뒤, 껍질째 한입 베어 물면 금세 피로가 달아나는 듯 하다. 하나를 다 먹어버리면 배가 불러 다시 일하기 힘들다. 그래서 반쪽만 먹는다. 맛있는 걸 앞에 두고 반쪽에서 멈춰야 한다는 게 조금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