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처음부터 대충할 걸

가을 콜라비 웃거름, 줘야 할까? 시기와 방법

by농부아내


가을 텃밭에 콜라비 씨앗이나 모종을 심었다면, 웃거름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곤 한다. 밭을 만들 때 밑거름을 충분히 넣었고 생육이 좋다면 웃거름을 꼭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밑거름을 하지 않았거나 잎의 색이 연하고 생육이 더디다면 웃거름을 주는 것이 유리하다. 가을 콜라비는 대체로 모종을 심은 후 20~30일 전후, 질소와 칼리 등을 나누어 시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2026년 가을 콜라비 재배일지
- 8월 28일 직파
- 9월 9일 모종심기
- 10월 2일(정식 후 24일째) 웃거름


8월 말에 콜라비 씨앗을 심었다. 여전히 무더운 날씨 탓인지 싹은 단 세 곳에서만 고개를 내밀었다. 다른 구멍에서도 싹이 나오길 기대하며 계속 물을 주다가 결국 포기했다. 싹이 없는 허전한 구멍은 모종으로 메웠다.

모종을 심은 뒤에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뿌리를 잘 내리고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바지런히 물 수발을 들었다. 자리 잡기에 좋지 않은 고온과 가뭄에도 어느 녀석 하나 쓰러지지 않고 새 잎을 보여 주었다.


10월 2일


새 잎이 나오고 잎이 커지는 동안 비도 한 번 내렸다. 역시 비가 보약이다. 빗물을 먹고 폭풍 성장한 콜라비. 줄기가 굵어지더니 가운데에 구(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텃밭에서 콜라비를 키우면서 한번도 웃거름을 준 적이 없었다. 텃밭을 만들 때 밑거름을 충분히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가을 텃밭을 꾸릴 때 시간적 여유가 없어 밑거름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콜라비의 자람새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쭉 순항했으면 하는 마음에 잠깐 고민하다 웃거름을 넣기로 했다.


10월 2일


포기에서 10cm 정도 떨어진 곳에 비닐을 찢고 요소를 넣었다. 그런데 웃거름을 주고 나서야 검색을 해봤다. 콜라비는 질소만 필요한 작물이 아니었다. 질소와 함께 칼리 등의 양분도 필요하고, 가을재배에서는 질소와 칼리를 밑거름과 웃거름으로 나누어 주는 방법이 권장된다고 한다.


공부 좀 하고 웃거름 줄 걸.


후회하기엔 늦었다. 어차피 이미 넣은 요소, 그것도 아주 소량이었다. 물까지 듬뿍 주었다. 엎질러진 물이다. 이제는 요녀석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10월 6일


4일이 지났다.

다행히 구(알)가 커지는 게 눈에 보였다. 땅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내 눈에는 익히 아는 콜라비의 모양을 갖춰가는 것 같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대충 심고, 어차피 우리 집 식탁에 오를 녀석들이니 대충 키워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작물을 심고나면 생각이 또 바뀐다. 기왕이면 그럴싸하게 키워서 잡아먹고 싶어진다. 콜라비 웃거름을 줄 때도 그랬다. 자람새가 나쁘지 않으니 그냥 그대로 키워도 되는데, 품을 한 번 더 들였다. 하지 않던 일을 할 때는 찾아보고 해야 하는데, 이런 때는 또 대충이다. 이럴 바엔 처음부터 대충할 걸 그랬다.


여하튼 콜라비를 뽑을 때까지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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