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니까

돌산갓 솎음

by농부아내


9월 13일, 돌산갓 씨앗을 뿌렸다. 흙이 조금 질퍽했다. 이 정도면 씨앗이 잘 트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걱정이 됐다. 돌산갓은 발아가 제법 잘되는 작물인데도 그날은 씨앗봉투를 잡은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열심히 뿌렸으니 많이 나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잘 나와 주지 않을까 봐 불안해서 더 뿌렸던 것 같다.


솎음 전


15일이 지나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돌아왔다.

구멍마다 초록 잎이 빼곡했다. 한두 포기만 올라오길 기대했던 자리에서 여러 포기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자라고 있었다. 초록색이 풍성해서 처음에는 뿌듯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솎아내야 했다.

한 구멍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야 한다. 잎이 크고 튼실한 녀석을 골라 남기고, 조금 작거나 약해 보이는 녀석은 손으로 뽑아낸다. 엄지와 검지로 여러 포기를 살살 잡아당기면 쏘옥, 생각보다 쉽게 빠진다. 그런데 마음은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잘 자라라고 많이 뿌려놓고, 며칠 뒤에는 잘 자라려면 덜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만든 빽빽한 자리를 다시 내가 비워주는 셈이다.


솎음 후(9월 27일)


더구나 한꺼번에 많은 포기가 자라고 있었던 탓에 옆의 돌산갓을 뽑을 때마다 남겨두려던 녀석의 뿌리가 함께 들리는 것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남겨 둔 돌산갓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서로 기대어 하늘을 향해 잎을 뻗고 있었는데 옆자리가 갑자기 휑해지니, 튼실한 녀석들마저 하나둘 드러눕는다. 주변의 흙을 끌어모아 뿌리를 한번 더 덮고, 흙을 꼭꼭 눌러 자리를 잡아주었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솎아내다 보니 다리가 저려왔다. 바닥에는 뽑혀 나온 돌산갓 쪼꼬미들이 수북했다. 내가 불안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많이 뽑아낼 일도 없었을 텐데.


조금 미안했다.

그렇지만 알고 있다. 모두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 하나의 자리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서면 결국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잘 자라게 하려면 때로는 덜어내야 한다.


약육강식의 솎음 과정을 통과한 돌산갓들에게 속으로 말했다.

'이제 살아남은 너희가 내게 폭풍성장을 보여줄 차례다'


10월 3일


10월 3일, 다시 밭에 나가 보았다.

솎음 이후 다른 작물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는데 돌산갓 역시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추석 연휴에 잠깐 비가 내린 뒤로 하늘은 맑기만 했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아침마다 무거운 물조리개를 들고 텃밭을 오갔다.


텃밭을 가꾸다보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히려 넘치기도 하고, 많이 갖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나중에는 덜어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어렵게 하나를 남겨놓고도 그 하나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다시 흙을 덮어주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종종 씨앗을 너무 많이 뿌릴 것이다.

불안하니까. 그래도 그 불안 때문에 너무 많이 뿌린 것을 하나씩 덜어내고,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작물은 계속 자란다. 나도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는 중인지 모른다.


돌산갓도, 나도 제자리에서 자라고 있다.


2026년 가을 돌산갓 재배일지
- 9월 13일 파종
- 9월 27일 솎음(1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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