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제철과일들이 매대에 가득 놓여 있는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언제 처음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맛과 식감만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가을 과일이 있다.
바로 태추단감이다.
태추단감은 판매 시기가 짧은 편이라 여차하면 맛보지도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이 시작되면 은근히 기다리게 된다.
태추단감은 ‘가을의 으뜸’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 개발 품종으로,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배처럼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그래서 흔히 ‘배 단감’이라고도 불린다. 껍질도 일반 단감보다 얇아서 껍질째 먹기도 한다. 하지만 감은 으레 껍질을 깎아 먹는 버릇이 들어 있는지라, 나 역시 습관처럼 껍질을 벗겨 먹었다.
태추단감 수확 시기는 9월 중하순부터 10월까지이다. 일반적인 단감보다 수확 시기가 빨라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맛볼 수 있다. 다만, 재배지역과 그해 기후에 따라 실제 수확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확 기간이 짧은 만큼 판매 기간도 짧다. 그래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가을 초입부터 로컬푸드에서 태추단감이 나오나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너무 일찍 찾은 탓에 실망만 하다가 결국 온라인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해남에서는 이제 막 수확이 시작되어 로컬푸드에서도 태추단감을 만날 수 있다.
내가 태추단감을 처음 접했을 때의 색은 약간 주홍빛이 도는 초록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주문한 것은 절반 이상이 초록빛이었다. 덜 익은게 아닐까, 후숙을 해야하나. 잠깐 망설였지만 판매처의 사이트를 살펴보니 9월에 수확하는 태추단감은 초록빛이 많이 돌고, 10월 초순을 지나 후반으로 갈수록 주홍빛이 섞인 초록색으로 익어간다고 한다.
그제야 안심하고 하나씩 꺼내 살펴봤다. 표면에는 하얀 분도 올라와 있었다. 괜히 맛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태추단감을 맛보기 위해 반으로 잘랐다. 초록빛이 강한 껍질을 보고 속살도 아직 덜 익은 아이보리색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샛노란 색은 아니지만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자르면서 흘러나오는 과즙이었다. 한입 베어 물자 일반 단감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촉촉한 과즙과 아삭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단감과 배,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한 식감이었다. 초록빛 껍질만 보고 있으면 괜히 입안에 떫은맛이 느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속살을 마주하니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달다.
설탕처럼 강한 단맛은 아니지만,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좋았다. 냉장고에 넣어둔 태추단감을 자꾸만 꺼내 과도를 들게 되는 이유다.
태추단감은 구입한 후 바로 먹지 않는다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아삭한 식감을 계속 느끼고 싶다면 실온에 오래 두지 않도록 한다. 과육이 일반 단감보다 연하기 때문에 실온에 오래 두면 빨리 물러진다. 가급적 구입 후 냉장 보관하고, 아삭한 cvb 식감을 즐길 수 있을 때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생각해보니 우리 밤호박과도 조금 닮았다. 한 번 맛본 뒤 잊지 못해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되는 맛. 이렇게 맛난 걸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판매 시기가 끝나기 전에 한 박스 더 주문해야겠다.
이번엔 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