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싹이 잘 나올 줄 알았나

가을 청경채 파종시기

by농부아내


청경채는 봄과 가을에 재배가 가능하다.

가을 청경채는 9월 초~중순에 파종하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할 수 있다.


파종 방법은 줄뿌림과 점뿌림 두 가지다.

줄뿌림은 15~20cm 간격으로 얕게 골을 파고 씨앗을 2~3cm 간격으로 뿌린다. 싹이 자라는 대로 솎아 최종적으로 포기 사이를 15~20cm 정도 남긴다. 점뿌림은 15~20cm 간격으로 구멍을 내고 씨앗 2~3개를 넣는다. 자람새를 보면서 한 구멍에 한 포기만 남기면 된다.


2026년 가을 청경채 재배일지
- 9월 4일 파종







2024년 봄, 처음으로 텃밭에 청경채 씨앗을 심었다. 맛있는 건 벌레도 아는건지 잎을 어찌나 갉아먹던지, 어쩔 수 없이 약을 쳤다. 수확할 때가 되어 바구니에 담긴 청경채는 몇 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트 파는 것과 달리 달큰한 맛이 좋아 그해 가을에 또 파종했다. 가을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8월 중순이었다. 그해 8월은 폭염과 폭우가 텃밭을 덮친 해였다. 결국 싹 틔우기에 실패했다. 나와 청경채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거기까지일 줄 알았다.

올해는 텃밭 사이즈가 줄어들면서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는 작물들은 텃밭에서 아웃됐다. 그런데 하우스 텃밭에 양배추를 심고 공간이 남았다. 쪽파와 양배추 사이, 작지만 그냥 비워두기엔 아까운 자리였다. 뭘 심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텃밭에서 키운 청경채를 맛있게 먹던 1번이 떠올랐다. 냉장고 한쪽에서 잠자고 있던 청경채 씨앗 봉투를 꺼냈다.


9월 4일


9월 초이긴 해도 한낮 기온은 여전히 높았다. 씨앗 봉투를 들고 부었다. 이번에는 쪽집게로 하나씩 정성껏 심는 대신 그냥 들이부었다. 2024년 가을처럼 또 실패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싹을 틔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청경채는 상추처럼 한 잎씩 따서 꽃대가 올라올 때까지 먹는 작물이 아니었다. 배추처럼 한 번에 수확하는 작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조금 넉넉하게 심었다. 타공기로 비닐에 뚫을 수 있는 만큼 구멍을 냈다. 씨앗을 심고 모든 구멍에서 초록의 싹을 만나길 바라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 수발을 들었다.


9월 8일


파종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다. 싹은 5일 만에 고개를 내밀었다. 2024년, 싹의 밀당에 속을 끓였던 기억을 떠올리면 5일 만에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모든 구멍이 초록으로 물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늦장을 부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9월 15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싹 틔우기에 실패했던 기억 때문에 씨앗 봉투를 들고 힘 조절도 하지 않은 채 들이부었다. 씨앗을 많이 심으면 그중 하나쯤은 싹이 트지 않겠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걸. 싹이 나오지 않은 구멍도 있지만, 한 구멍 안에는 초록이 빼곡하다.


이리 싹이 잘 나올 줄 알았나.


한때는 싹 하나가 그렇게 간절했는데, 이제는 언제 저걸 다 솎아내나 싶어 슬며시 귀찮은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자라게 두기로 했다. 빼곡한 초록 사이에서 어느 것을 남길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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