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추(쌈채소), 적겨자, 겨자채, 근대 심는 시기
가을 상추는 씨앗이나 모종으로 키울 수 있다.
씨앗은 보통 8월 말~9월 초순에 파종한다.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8월 23일경)가 지난 시기이지만 매년 점점 처서의 매직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낮 기온이 높지 않은 날을 골라 파종하는 것이 좋다.
모종은 지역의 기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9월 초~중순에 심으면 무난하다. 날씨가 서늘해질수록 상추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2026년 가을 상추 재배일지
- 9월 1일 상추 6개, 적겨자 2개, 청겨자 2개 심기
- 9월 4일 겨자채, 근대 파종
봄에 키우는 상추는 씨앗부터 시작해도 싹 틔우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가을 상추는 다르다. 한낮 기온이 30℃를 넘는 8월 중,하순에 파종하면 싹이 날 때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이러다 노이로제에 걸리겠다 싶어 몇 년전부터 가을 상추는 모종으로 심고 있다.
청상추 진청맛, 적상추 슈퍼열풍, 청상추 탑그린 각 2개씩 장바구니에 담았다. 9월 초순이었지만 여전히 한낮 기온이 30℃를 넘고 있어 여름 재배용 상추를 골랐다. 꽃대가 늦게 올라와 아삭한 상추를 조금 더 오래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적겨자와 청겨자도 모종으로 심었다. 씨앗부터 키워도 싹은 잘 트는 편이지만, 상추보다 자라는 속도가 늦어지면 고기쌈을 맛깔나게 즐길 수가 없다. 역시 고기쌈에는 고기만큼이나 텃밭에서 자라는 쌈채소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모종을 심은 뒤에도 여전히 기온이 높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 수발이 시작되었다.
모종을 심은 지 3일째 되던 날 아침. 여느 때처럼 물조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텃밭으로 갔다. 작은 물조리개에 물을 옮겨 담아 잎에는 물이 덜 닿도록 조심조심 물을 줬다. 그런데 겨자채의 상태가 이상하다.
생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잎도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햇빛 때문인지 하얗게 말라가고 있었다.
'겨자채 맛있는데, 어쩌지.. 포기해야하나..'
지금 파종하면 늦게 자라 상추와 함께 즐길 순 없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냉장고에서 겨자채 씨앗 봉투를 꺼냈다. 구멍 2개에 파종했다. 근대도 함께 심었다. 이러다간 내가 가진 상추와 쌈채소 씨앗을 다 심으려고 들지도 모르겠다. 멈춰야 했다. 다행히 심을 곳이 없었다.
모종을 심고 며칠이 지나도 한낮 기온은 여전히 높았다. 완연한 가을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탓인지 상추의 자람새도 더디다. 현관문을 열며 "고기"를 외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딸들의 성화에 상추의 폭풍 성장을 바라게 된다.
그런 마음을 담아 매일 물을 줬다.
어느날 아침, 물을 주는데 겨자채에 새 잎이 나온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스트레스를 받아 말라가던 게 아니었나 싶었는데,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니 생장점이 떡하니 보인다. 그동안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더니. 안경을 쓰고 보면 멀찍이 떨어뜨려야 보이고, 차라리 안경을 벗고 눈앞에 들이대야 더 선명하다. 물 주기에 바쁜 와중에 안경을 벗고 살펴볼 생각까지는 못 했다.
그래, 노안 탓이다.
그런데 오히려 잘됐다. 두 개의 구멍에 파종했던 겨자채도 싹을 틔웠다. 이제 네 포기에서 수확할 수 있으니 고기쌈에 넣을 겨자채는 차고 넘칠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근대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마트에서 파는 근대보다 내가 키운 근대는 부드럽고 연하다. 가을이 한창일 때는 쌈이나 밑반찬으로 먹고, 늦가을에는 국거리로도 쓸 수 있어 좋다.
냉장고에 풀만 들어 있다고 툴툴거리던 봄이 지나고, 풀떼기 몸값이 훌쩍 올라 장바구니에 담기도 두려운 여름을 거쳐 이제 또다시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상추만 조금 더 자라주면 된다. 딸들뿐만 아니라 나도 기다리는 고기쌈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