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모종 심는 시기
김장배추 모종 심는 시기는 보통 8월 말부터 9월 초순이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9월 초순에 심으면 무난하다. 늦어도 9월 25일 전에는 심는 것이 좋다.
다만 요즘처럼 폭염이 길어지고 한낮 기온이 높은 해에는 서두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고온이 계속될 때는 조금 늦게 심는 편이 오히려 모종의 활착에 유리할 수 있다. 흐린 날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심으면 모종이 받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김장배추는 깊게 심지 않는다. 모종의 상토 높이만큼 심고 흙으로 덮되 생장점이 묻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비닐 멀칭을 했다면 잎이 뜨거운 비닐에 닿지 않도록 비닐 위에 흙을 덮거나 비닐의 구멍을 크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포기 간격은 40~50cm 정도가 적당하다. 심은 뒤에는 물을 충분히 주고, 뿌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3~5일 정도는 매일 또는 격일로 물을 주는 것이 좋다.
2026년 김장배추 재배일지
- 9월 3~4일 밭만들기
- 9월 7일 모종심기(92포기)
김장배추 밭을 만들고 며칠 동안 하늘과 일기예보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비 오기 전날이나 비 오는 날 심으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녀석들이 금세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는데, 올해도 하늘은 무심했다.
몇 년 전 텃밭 배추에 뿌리혹병이 생겨 속상해하던 때, 누군가 다음에는 ‘CR 내병계’ 배추를 심어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내가 고르는 배추는 늘 CR 내병계 품종이다. 그중에서도 ‘휘파람 골드’를 몇 년째 심고 있는데, 배추 특유의 달큰하고 아삭한 맛이 내 입맛에 잘 맞는다.
해남 장날, 내가 찾던 휘파람 모종을 파는 곳을 찾았다.
우리 네 식구가 일 년 먹을 배추라면 18포기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작은 텃밭에서 약도 덜 치고 세심하게 돌보지 못하다 보니 끝까지 가봐야 수확량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해마다 넉넉하게 심는 편이다. 원래는 보식할 것까지 포함해 80개만 사려고 했다. 그런데 트레이 한 판이 105개(보통은 125개)밖에 안 된다며, 덜 자란 모종은 골라내고 심으라는 주인장의 말에 결국 한 판을 안고 돌아왔다.
주인이 장사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귀가 얇은 것으로 하자.
모종을 사 온 날 바로 심지는 않았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그 상태로 심었다가는 모종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배추 모종과 모종삽, 물조리개를 챙겨 밭으로 갔다.
제초매트와 비닐이 두둑과 고랑을 반듯하게 덮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고정핀으로 비닐까지 한 번에 고정해 둔 덕분에 밭 만들기는 제법 수월했다(자세한 이야기는 상단 링크 참고). 그런데 막상 모종을 트레이에서 뽑아 심으려니 문제가 생겼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뜨거운 비닐에 배추 잎이 닿지 않게 하려면 모종 주변에 흙을 넓게 덮어줘야 하는데, 제초매트를 이미 깔아 두어 흙이 없다. 한참 모종을 들고 고민하다 결국 비닐의 구멍을 더 크게 찢기로 했다. 작년에도 두 가지 방법으로 심어봤던 기억이 났다. 대신 물은 충분히 주기로 했다. 배추 밭이 집 가까이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작년보다 올해 모종의 잎이 훨씬 컸다. 그래서 심으면서 비닐 구멍도 잎이 닿지 않을 만큼 넓게, 더 넓게 찢었다. 그렇게 비닐을 한 번 더 찢어가며 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노지에 75개 구멍을 뚫어 놓았으니 심고도 남는 건 당연했다. 남은 모종은 미리 정리해 둔 하우스 텃밭에 심었다. 밑거름도 못했고 비닐도 엉망이지만 버리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이 녀석들이 더 잘 자랄지도 모를 일이다.
노지에 물을 주고 하우스까지 남은 모종을 심고 나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다. 이 많은 배추에 물을 줄 생각을 하니 벌써 허리와 팔이 아파오는 듯했다. 그런데 오후에 농부님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우렁각시마냥 언제 해두었는지도 모르게 노지 밭에 스프링클러를 꽂아 둔 것이다. 덕분에 해질녘에는 스프링클러의 도움을 받아 한결 수월하게 물을 주고 있다.
아침에는 물조리개로, 오후에는 스프링클러로 매일 물을 주고 있다. 다행히 녀석들은 아직 쌩쌩하다. 물을 충분히 줘서인지, 하우스 그늘 덕분에 햇빛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심은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제 아침에는 새 잎이 나온 것처럼 보였다. 어찌나 싱그럽고 예뻐 보이던지.
배추 밭을 만들 때만 해도 출발이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모종을 트레이에서 뽑는 순간에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그동안의 짧은 텃밭 경험 덕분에 올해 배추를 살릴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다.
김장배추는 결구가 끝나고 수확할 때까지 가봐야 성패를 알 수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