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꾀를 내어 밭을 만들었다

김장배추 밭 만들기, 모종 심기 전 준비

by농부아내


김장배추 모종을 심기 전 해야할 일이 바로 '밭 만들기'이다.

김장배추 모종을 심기로 한 날로부터 1~2주 전에 밭 만들기를 시작하는 것이 재배에 유리하다. 지난 작물의 잔재를 걷어낸 뒤 밑거름을 넣어 흙을 갈아준다. 두둑을 만든 뒤에는 가스가 빠질 시간을 두고 멀칭을 한다.

작은 텃밭이라도 밭 만들기가 끝난 뒤 김장배추 모종을 준비하자.


2026년 김장배추 재배일지
- 9월 3일 비료살포, 두둑만들기
- 9월 4일 멀칭, 제초매트 깔기






노지 텃밭의 두둑을 만들 때 삽질하던 마누라가 안쓰러웠는지, 농부님이 관리기 수리를 마쳤다. 김장배추 밭은 농부님의 도움으로 가을 작물이 자라는 텃밭보다 수월하게 두둑을 만들고 멀칭 덮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9월 3일


언젠가부터 나의 힐링을 담당하던 텃밭이 있던 자리다. 올해 초, 하우스를 한 동 새로 지으면서 텃밭의 위치를 밤호박을 육묘할 때 사용하는 하우스 옆으로 옮겼다. 예전처럼 많은 작물을 심을 수는 없어서 손바닥만큼 재분양을 받아 김장배추를 심기로 했다. 작물이 자라지 않으니 봄과 여름을 지나며 잡초가 무성해져 농부님이 일전에 한번 갈아둔 상태다.


김장배추는 다른 작물보다 텃밭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꽤 오래 눌러앉아 자란다. 오래 머물 테니 밥도 든든히 먹여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을 텃밭을 만들 때와 달리 밑거름을 넣기로 했다. 살충제나 살균제도 뿌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대량의 약제 비닐을 뜯기엔 나의 김장배추밭은 작았다. 밑거름이라도 넣어주는게 어디냐며 내리쬐는 햇빛을 한 손으로 가리고, 다른 한 손은 엄지척을 농부님에게 보여 줬다.


9월 3일


텃밭 사이즈가 작으니 밭을 갈아엎는 것도 순식간이다. 이제 관리기가 나설 차례다. 관리기 수리가 덜 끝나 또 삽질을 해야하나 싶어 아찔했었는데, 다행히 농부님이 창고에서 관리기를 끌고 왔다. 김장배추가 심어질 작은 두둑 3개가 금방 만들어졌다.


역시 기계가 좋다. 사람이 하루 종일 할 일을 기계는 순식간에 끝낸다.


9월 4일


두둑을 만든 뒤 멀칭 덮는 건 내일로 미뤘다. 강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일을 했다간 녹아내릴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바람이 불고 제법 선선해져 초가을인가 싶을 정도였다. 일단 네기를 들고와 두둑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쟁에 출전하는 군인처럼 장비들을 차곡차곡 챙겨와 멀칭을 덮기 시작했다. 비닐을 덮고 고정시키기 위해 삽질을 하려니 시간도 걸리고 귀찮았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내 생애 처음으로 꾀라는 걸 내보기로 했다. 흙으로 비닐을 고정시키는 대신 고정핀을 꽂았다. 흙이 포슬포슬하니 손으로 밀어도 잘 들어간다. 두둑 하나를 고정핀을 사용해 비닐을 덮었다.


'그래, 이거다'



말려있는 멀칭 비닐을 풀어 두둑을 덮고 고정핀으로 고정하니 일이 훨씬 수월했다. 허리도 덜 아팠다. 그런데 바람이 좀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비닐이 펄럭이며 내 마음도 요동쳤다. 역시 내 인생에 꾀라는 건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두 개의 두둑에 비닐을 덮고 바로 제초매트를 가져다 깔았다. 제초매트를 펼치고 두둑에 사용한 고정핀을 뽑아 제초매트와 비닐을 동시에 꽂아서 고정시켰다. 삽질없이 한 번에 작업이 끝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게 되는구나'



다행히 더 강한 바람은 불지 않아 무사히 김장배추 밭 만들기가 끝이 났다.


누군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교과서대로 살아온 내가 이런 작은 꾀를 내었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다. 지금껏 나는 힘들어도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쉽게 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텃밭에서는 자꾸 다른 방법을 써보게 된다.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방법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이번에 바꾼 것도 고작 비닐 덮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꾀가 나를 조금 달리 생각하게 만들었다.



김장모종 심는 이야기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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