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나오면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가을 얼갈이 배추 파종시기

by농부아내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텃밭에도 다시 심을 작물이 많아진다. 초가을 날씨가 완연해진 듯한 9월 초순, 지금 심기 좋은 작물이 얼갈이 배추이다. 가을 얼갈이 배추의 파종시기는 9월 초~중순이다. 되도록 9월 중순을 넘기지 않고 파종하는 것이 가을 재배에 유리하다.


얼갈이 배추는 줄뿌림, 점뿌림으로 파종할 수 있다. 줄뿌림의 경우 얕게 골을 판 뒤 2~3cm 간격으로 씨앗을 심고, 자람새에 따라 최종 15~20cm 될 때까지 솎아준다. 줄뿌림으로 파종하면 자람세에 따라 솎은 얼갈이로 밑반찬이나 국을 만들 수도 있다. 점뿌림의 경우 15~20cm 간격의 구멍에 2~3개의 씨앗을 심은 뒤 자람새에 따라 한 구멍에 하나씩만 남기고 솎아준다.


2026년 가을 얼갈이 배추 재배일지
- 8월 31일 파종






올해 처음으로 7월에 얼갈이를 파종했었다. 싹이 나고 솎음까지 거쳤으나 일이 바빠 돌봐주지 못했더니 벌레들의 습격과 가뭄으로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작년에 담았던 김장김치 단지가 비워지고 있어 김치를 담으려 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마트에서 김치를 사 먹었으나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는 농부네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얼갈이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았다.


그런데 그것도 오래가진 않을 듯 했다. 조급한 마음에 다시 여름이 찾아온 듯한 8월 말, 또다시 얼갈이 배추 씨앗 봉투를 꺼냈다.



얼갈이 씨앗을 산 게 언제적인지 모르겠다. 몇 년 묵은 씨앗인데도 냉장고에 보관해 두니 매년 봄과 가을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워낙 싹 틔우기가 수월한 작물이라 한 구멍당 소량씩 심어도 되지만, 언제나 내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다. 올해는 땅이 별로라서, 지금은 폭염이니까 등의 이유로 씨앗봉투를 힘껏 흔들게 된다.


9월 2일


뭐가 그리도 급했던지 파종한 사진도 없다. 지난 8월 31일에도 역시나 힘 조절 실패로 한 구멍당 많은 씨앗을 파종했다. 이후 부슬비가 몇 번 내려 싹은 3일만에 고개를 내밀었다. 모든 구멍에서 동시에 고개를 내민 건 아니어서 며칠 간 더 물 수발을 들었다.


9월 7일


현재까진 두 개의 구멍을 제외하고 모든 구멍에서 초록꽃이 송알송알 피어있다. 아주 작은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얼갈이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나는 선택지가 많다. 빨리 크게 키우고 싶으면 본잎이 조금 자랐을 때 솎아야 한다. 그런데 그때 솎으면 여린 얼갈이 한 줌이 아깝다. 조금만 더 키우면 반찬거리도 얻고, 나중에는 김치도 담글 수 있다. 문제는 냉장고 속 얼갈이 김치가 그때까지 버텨줄 것이냐는 것.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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