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개의 가지런한 구멍

멀칭비닐 타공기

by농부아내


작년에 좋은 기회가 생겨 사용해 본 생분해성 멀칭 비닐. 흙과 함께 갈아엎으면 자연분해되는 장점을 지녔다. 너비도 텃밭용으로 쓰기에 적당해 자주 사용했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구멍이 뚫려 있지 않다는 것. 씨앗을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을 때마다 직접 구멍을 뚫어야 했다. 일 년에 몇 번이나 쓴다고 금손 농부님에게 타공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기에, 그분은 너무 바빴다.


그럼 농부아내는 그동안 구멍을 어떻게 뚫었을까?

간격에 맞게 구멍 뚫을 위치를 나무젓가락으로 콕콕 찍어 표시한 뒤, 가위로 동그랗게 오려냈다. 크고 넓은 두둑에는 구멍이 뚫린 비닐을 사용했고, 몇 개의 작물만 심을 좁은 두둑에는 생분해 멀칭 비닐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위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올해 가을, 하우스 텃밭에는 몇 가지 작물만 심기로 했다. 당연히 구멍 없는 비닐을 깔았다. 그중 하나가 쪽파였다. 쪽파를 구입해 손질하고 세어보니 무려 102개. 구멍도 102개를 뚫어야 했다.


아찔했다.

초록창에 비닐에 구멍 뚫는 방법을 검색했다. 뭔가를 만들어 쓰거나 타공기로 구멍을 뚫는 방법이 나왔다. 손재주는 없으니 만드는 건 패스, 타공기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이걸 어디서 봤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농부님이 비닐에 구멍 뚫는 거라며 보여 준 적이 있다. 우산모자를 보여줬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웃음으로 한번 쓰윽 보고 말았던 그것. 구세주였다. 내게 당장 필요했다. 농부님에게 맡겨놓은 것처럼 내놓으라고 했다.


농부님이 외출하면서 평상 위에 올려 둔 타공기를 보니,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제 이걸 어떻게 쓰지?



업체에서 알려주는 방법은 두둑과 수직이 되도록 멀칭비닐에 찌른 다음 돌리는 것이다. 그러면 깔끔하게 구멍이 뚫리고, 동그랗게 잘려 나온 비닐은 중앙의 나사에 모여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동그랗게 뚫을 수는 없었다. 힘 조절이 필요했다. 약한 척하면 절대 내가 원하는 모양의 구멍을 만들 수 없었다. 게다가 생분해 비닐이 얇다 보니 찍고 돌리니까 비닐이 찢어졌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힘을 줘서 콱! 내리찍기만 했다. 깔끔하게 구멍이 만들어졌다. 대신 비닐 아래 흙이 포슬포슬해야 했다. 반쯤 물이 들어간 흙은 비닐과 함께 딸려 나와 움푹 파였다.


쪽파 두둑


막대 부분의 너트를 풀어 길이 조절도 할 수 있다. 덕분에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지 않아도 돼 허리 고통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멀칭비닐 타공기 사용법을 나름 터득하고 나니 구멍 102개를 손쉽게 뚫었다.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쪼그려 앉아 가위로 구멍을 하나씩 오리고 있을 나를 상상하니, 허벅지와 접혀진 뱃살 사이에 땀이 차오르는 것 같다.


양배추 두둑


양배추 심을 때도 타공기를 사용했다. 간격에 맞게 동그란 구멍이 일렬로 뚫려 있는 모습이 희열을 느끼게 한다. 삐뚤어진 건 영 마음에 들지 않고, 줄을 맞추고 간격을 맞추고 색깔까지 맞춰 정리된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내 눈앞에 간격 맞춰 동그랗게 뚫린 구멍들이 줄을 맞춰 놓여 있으니 미소가 피어 오른다.

농부님이 처음 타공기를 보여줬을 때 비웃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한다. 일 년에 몇 번 쓰지도 않을 그런 건 왜 샀냐며 속으로 궁시렁댔는데, 요로케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오늘의 추천, 멀칭비닐 타공기

① 부담없는 가격, 튼튼한 내구성
② 초보자도 손쉽게 사용
③ 눈앞에 펼쳐지는 가지런함에 은근한 희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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