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를 알알이 씻는다

포도 씻는 법

by농부아내


농사를 짓다 보면 못난이 혹은 비품이라 부르는 상태의 농산물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맛은 상품과 다르지 않은데 고객님들에게 선보이기엔 애매한 그런 녀석들. 작년에 마을의 포도농장 어머님이 그런 포도들을 나눔해 주셨다. 덕분에 포도잼까지 만들어봤다. 작년 명절에 외숙모께 선물해 드렸고, 올해는 아직 선물할 때가 아니니 우리가 먹을 포도를 구입했다.






아침마다 현관문 너머로 포도농장 어머님의 바이크 소리가 들린다. 로컬푸드에 납품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확하러 농장으로 가는 소리다. 며칠 전에는 납품하려고 포장하다가 송이가 터져 버렸다고 두 송이를 주고 가셨다. 이번에도 바이크 소리가 들리길래 내가 농장으로 갔다.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포도농장이다.



상품이 아니어도 되고, 아이스박스에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니, 가위를 내 손에 쥐어주며 같이 따자고 하셨다.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셔서 벌레 먹고 상한 포도알은 다 가위로 잘라서 버린다고 하셨다. 올해는 폭염도 심했고, 벌레들의 극성때문인지 작년보다 송이가 풍성해 보이지 않았다. 못난이들을 골라 가위들고 어머님과 함께 포도 따기를 했다. 내가 구입하고 싶었던 건 며칠 전 나눔해 주셨던 씨없는 "썸머블랙"이었다.


그런데 시골인심이 그게 아니다. 썸머블랙은 물론이고, 이름도 생소한 여러 종류의 포도를 골고루 따서 바구니 한가득 채워 주셨다. 비용을 드리고, 어머님 오토바이에 실어 집으로 가져왔다. 식구들 먹기엔 4~5송이면 되는데, 이번에도 많이 주셨다. 하지만 포도쨈은 안 만들거다. 작년에 너무 힘들었어.



썸머블랙은 씨가 없고 껍질이 얇아 껍질째 먹을 수 있었다. 껍질째 입안에 넣고 톡 터뜨리는 순간 내가 설탕을 먹었나 싶을 정도로 단맛이 느껴졌다. 약간의 산미까지 겹쳐 감칠맛이 돌아서 이번에 구입할 때도 썸머블랙으로 달라고 했다. 간혹 껍질에서 쌉싸름한 맛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미미한 정도라 나는 그냥 껍질째 먹는다. 영 거슬리면 껍질을 뱉으면 그만이다.


썸머블랙은 껍질째 먹는 포도인만큼 세척이 중요했다.

포도알을 하나씩 떼어서 씻어야 할까?

아니면 송이째 씻는 게 나을까?



나는 대체로 알알이 떼어서 씻는 편이다. 송이째 씻으면 뭔가 남아 있을 것 같고 꼭지 부분이 깨끗하게 씻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탓이다. 포도알을 송이에서 분리해 물에 담그고 살살 흔든 다음 건져낸다. 물에 불순물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씻는다. 내 경우에는 보통 두 번 정도 씻으면 물이 깨끗해졌다.


알알이 떼어 씻으면 송이 사이사이까지 확인하기가 편하고, 상한 알이나 벌레가 먹은 건 바로 떼어 버릴 수 있으니 좋다. 알알이 떼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먹을 만큼만 씻으면 금방 끝난다. 깨끗하게 씻는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놓이지만, 하나씩 떼는 과정이 귀찮을 뿐이다.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송이째 씻어보기도 봤다. 송이를 돌려가며 흐르는 물에 씻었다. 이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 식초를 푼 물에 잠깐 담가두었다가 한번 더 흐르는 물에 씻었다. 역시 편하다. 하지만 포도알 사이까지 씻겼는지 장담할 수가 없다. 결국 알알이 떼어서 다시 씻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송이를 조각내서 씻으면 송이째 씻는 것보다는 그나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귀찮아서 해보지는 않았다.


포도 씻는 법은 세척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해 알알이 떼서 세척한다. 예전에 내가 그렇게 씻는 걸 보고 누군가가 한마디 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 씻어야 안심이 되는 걸 어쩌겠나. 어떤 방법으로 씻든 먹을 만큼만 씻어 먹는 게 좋겠다. 무엇보다 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썸머 블랙의 달콤함은 바로 먹어야 제 맛이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포도를 어떻게 씻고 있나?

궁금하진 않지만, 댓글로 남겨주면 고맙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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