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지도 못할 쪽파를 또 심었다

쪽파 심는 시기

by농부아내


가을 쪽파를 심을 때가 왔다.

가을 쪽파는 보통 8월 하순~9월 상순에 심는다. 지금이 적기이다. 김장용 쪽파라면 9월 초순쯤에 심으면 적당하다.


쪽파는 씨앗이 아닌 종구를 심는다. 작년 가을에 심은 쪽파를 올해 5월까지 키웠다가 종구를 수확해 말려서 보관한 뒤 심는 방법도 있다. 나의 경우 5월까지 텃밭에 쪽파를 둘 수가 없어서 매년 이맘때쯤 종구를 시장에 가서 사오거나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작년부터는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있다.


쪽파 종구를 구입 후 심기 전 손질과정이 필요하다. 싹이 나올 부분과 마른 뿌리를 조금씩 잘라준다. 필수는 아니지만, 싹이 고르게 나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쪽파 심는 간격은 포기간 10~15cm, 줄간격 20cm로 심는다. 큰 종구는 1개씩, 작은 종구는 2~3개 붙어 있으면 그대로 2~3cm의 깊이로 심는다. 심은 직후에는 적당히 물을 주고, 이후에는 과습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2026년 쪽파 재배일지
- 8월 20일 파종






매년 다 먹지도 못하고 말라버린채로 갈아 엎는 쪽파다. 하지만 밑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전이라도 부쳐 먹으려면 텃밭에서 공들여 키운 쪽파만큼 달큰한 것도 없다. 올해도 500g 주문했다. 가을 텃밭에는 적은 종류의 작물을 많이 심을 생각이라 쪽파의 자리는 텃밭 하우스가 되었다.



주문한 쪽파는 실했다. 택배가 도착한 날 바로 종구를 손질하고 심었다. 가위로 종구의 윗부분을 살짝 잘랐다. 마른 뿌리는 업체에서 이미 손질을 한 듯 긴 뿌리가 없었다. 작은 사이즈 2개가 붙은 건 그대로 심을 것이고, 중간 사이즈가 2개 붙은 건 분리를 했다. 이미 마음이 식은 연인인 듯 쉽게 떨어졌다. 손질 후 세어보니 모두 102개였다.


밭은 당근 파종할 때 만들었다. 다비작물이라 밑거름을 두둑하게 주면 좋겠지만, 무더웠던 7월 말에 밑거름까지 챙기기엔 흐르는 땀에 체력까지 쓸려 버렸다. 잘 자라주면 감사히 먹을테고, 영 자람세가 부실하다면 웃거름을 주는 걸로 나와 타협했다. 머리로는 타협했지만, 막상 부실한 자람세를 만난다면 밑거름을 하지 않을 걸 후회할테지.


종구 갯수를 세어본 이유가 구멍을 뚫기 위해서였다. 타공기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시 쓸 기회를 가져야겠다. 얼마나 소개하고 싶은지 짐작도 못할테다. 101개의 구멍을 순식간에 뚫었다. 당근이 자라고 있는 옆과 그 뒷쪽으로 구멍을 뚫고도 자리가 부족해 옆 두둑에도 몇 개 뚫었다.



내게는 씨앗을 심는 것보다 사이즈가 큰 쪽파 종구를 심는게 훨씬 쉽게 여겨진다. 흙이 포슬포슬하다면 종구를 쏘옥 밀어넣기만 하면 된다. 갯수가 많아도 심는게 수월하니 파종도 금방이다.


비가 온 뒤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긴했지만 다시 기온이 올라 한낮에는 무더워서 물을 듬뿍 주었다. 파종 이후 뜨거워진 하우스에서 흙이 자꾸 말라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있다.


8월 23일


낮 기온이 여전히 30℃가 넘은 데다가 하우스에 심어서 싹은 천천히 올라오리라 예상했다. 어제, 저녁을 먹고 수돗가에서 물조리개에 물을 가득 채워 하우스로 갔다. 물을 주면서 살펴 봤지만 예상대로 싹이 보이지는 않았다. 물조리개를 내려 놓고 요즘 유독 초점이 맞지 않는 내 눈을 떠올리며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오~ 성질급한 나를 닮은 녀석들이 있다. 2~3개 정도가 초록의 귀여운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에 미소가 번진다. 물 수발에 대한 보답인가. 조만간 다른 녀석들도 앙증맞은 싹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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