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추 물 주기, 시간과 방법
연일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 안전문자가 울리고 있다. 고추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다. 20~30℃에서 잘 자라는 고추도 30℃를 넘는 고온에서는 수정이 불량해지고 낙화가 늘어난다. 특히 지금처럼 토양이 쉽게 마르는 시기에는 낙과와 배꼽썩음증이 생기기 쉬워 무엇보다 수분 관리가 중요하다.
예년같은 날씨라면 일주일에 2~3번 정도, 비가 온다면 물을 주지 않아도 키울 수 있는 고추였다. 찜통같은 요즘 날씨에는 조금씩 자주 물을 주어야 한다. 하루 중 기온이 낮은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지는 늦은 오후 시간이 가장 좋다. 고추는 비교적 뿌리가 얕게 퍼지기 때문에 가뭄에 약하다. 따라서 흙이 바싹 마른 뒤 한꺼번에 듬뿍 주기보다, 조금씩 자주 주어 뿌리층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짧게 지나간 장마 뒤로 극심한 폭염 속에 마을 어르신들은 요즘 고추를 따느라 바쁘시다. 한낮에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체로 다들 아침 일찍부터 작업을 시작하신다. 물통에 물을 채워 하우스로 가다보면 한창 고추 따고 계신 옆 밭 할머님을 발견할 수 있다. 새벽과 아침의 경계쯤인 5시 30분. 이미 밭 곳곳에는 고추를 담은 포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런 어르신들에 비하면 하우스 텃밭에 겨우 고추 5포기만 키워서 '고추밭'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노지 텃밭에 청양고추 한 두포기 키울 때도 고추가 빨갛게 익은 적이 없었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따서 먹거나 장아찌를 만들어 버렸다. 작년에 처음으로 하우스 텃밭에 고추를 심었지만 빨갛게 변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무래도 빨간 고추를 보고 놀란 걸 보면 작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일조량이 많아져 하우스 텃밭의 고추도 옷을 갈아입은 듯 하다. 연둣빛의 당조고추도 주황빛을 띄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옷을 갈아입은 것은 청양고추였다. 신기한 것은 가지고추는 그대로다. 이 녀석들도 언젠가 옷을 갈아입을까 싶어 조금 더 달아둘까 고민했다. 하지만 벌레들의 먹이가 되어 가지색에서 빨갛게 익기도 전에 생을 다할지도 모를 일이다. 먹음직한 사이즈가 되면 수확해버리기로 했다.
9월까지 고추를 수확해 보고 싶어서 노린재도 잡고, 잎 뒤에 붙어 있는 노린재 알도 잎 채로 떼서 버렸다. 진딧물 약도 두 번 정도 방제를 했다. 예년과 달리 신경을 좀 썼더니 7월 말까지는 풍성하고 건강한 고추들을 땄다. 그런데 며칠 전 다른 작물 물 주려고 봤더니 고추 끝이 이상했다. 배꼽썩음이었다. 예년 같으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올해 폭염은 달랐다. 지금처럼 폭염이 지속될 때는 일정하게 수분이 유지되어야 했다. 최근 아침 저녁으로 아주 조금씩 물 양을 늘리고 있다. 한번에 물을 듬뿍 주면 뿌리가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조심조심. 조만간 칼슘영양제도 뿌려줘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고추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만큼 더운 날들이다. 어르신들은 한낮을 피해 새벽부터 고추를 따고, 해가 기울면 다시 밭으로 향하신다. 조만간 가을 밤호박 파종이 시작되면 나 역시 새벽과 저녁 시간을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집 안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