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당근 파종시기
당근은 봄과 가을에 재배할 수 있다. 봄 재배를 마쳤다면 이제 가을 당근을 파종할 차례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이 적기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8월 초순 안에는 파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시기를 놓쳤다면 80~90일 만에 수확하는 조생종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파종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마트의 당근처럼 쭉 뻗은 당근을 만나기 위한 밭갈이이다. 밭을 깊고 곱게 갈아 두둑을 높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땅 속에서 당근이 쭉쭉 뻗어서 자란다.
파종방법은 줄뿌림, 점뿌림으로 가능하다.
줄뿌림의 경우 줄간격 15~20cm 정도 얕게 골을 파고, 1~2cm 간격으로 얕게 씨앗을 심는다. 이후 자람새에 따라 최종 15~20cm 정도 될 때까지 솎아주면 된다. 점뿌림의 경우 15~20cm 간격으로 한 구멍당 2~3개의 씨앗을 얕게 심는다. 자람새에 따라 한 구멍당 최종 1개만 남도록 솎는다. 몇 년간 텃밭에서 당근을 키웠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 싹을 틔우는 것이었다. 싹 틔우는 방법은 얕게 심고, 싹이 올라올 때까지 자주 물을 주는 것이다.
2026년 가을 당근 재배일지
- 7월 22일 조생, 아카모리 파종
봄에 당근을 심었던 곳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하우스에 심기로 했다. 고추가 심어진 두둑 뒷쪽의 멜론을 뿌리뽑고 줄기를 걷어냈다. 가위로 줄기를 조각내서 덜어내고 멀칭 비닐을 걷으니 하우스 흙이라 그런지 흙은 제법 포슬포슬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만큼 두둑이 높지 않아 괭이를 들었다.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매년 농부님이 트랙터로 갈아 엎었지만, 아직 하우스 작물들이 자라고 있어 트랙터를 기다릴 수 없었다.
옷이 땀으로 물들었고, 긴 바지는 다리에 칭칭 감겼다. 헉헉 대며 땅을 갈아 엎고 네기(쇠스랑)로 편평하게 만들었다. 제초매트 아래 흙을 삽으로 퍼 올려 두둑을 더 높게 하려고 했지만, 등에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 따갑다. 적당히 높은 두둑을 만들고 구멍이 없는 멀칭 비닐을 덮었다. 일이 끝나고 나니 점심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나와 타협을 했다.
전날 땀 흘려 만든 말끔해진 두둑을 다음 날 아침 다시 보니 기분이 좋았다. 지저분한 아이들 바카라상 위를 이처럼 내마음대로 싸악~ 정리를 하면 유쾌 상쾌 통쾌할텐데.. 정리된 두둑을 보며 그 마음을 대신 가져본다.
봄에 심었던 납작한 당근 씨앗은 잡초와의 전쟁이었다. 납작해서 점파종을 하기 힘들어 줄파종을 하다보니 비닐을 찢어야 했다. 싹보다 잡초가 먼저 자라 여러번 손길이 가야하니 번거로웠다. 그래서 가을에는 점파종도 가능한 "아카모리" 씨앗을 심기로 했다.
아카모리 씨앗은 봄, 여름 겸용이며, 펠렛 코팅이 되어 있는 씨앗이다. 납작한 신흑전 씨앗보다 사이즈도 크고, 코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싹이 나올 때까지 물을 자주 주어야 했다. 물 수발의 힘겨움만 제외한다면 아카모리 씨앗이 내게는 딱 맞는 품종이다.
먼저 멀칭 비닐에 구멍이 없으니 내가 만들어야 한다. SNS에서 멀칭 비닐의 구멍 뚫는 장치같은 것을 요리조리 잘도 만들어 쓰던데, 아쉽지만 내게 그런 재주는 없다. 이럴 때 내게 허락한 유일한 장비는 가위뿐. 모종삽의 삽 부분이 15cm라 그걸로 간격을 측정하고 가위로 동그랗게 오려냈다. 봄 당근의 수확량이 아쉬워서 가을 당근 심을 구멍을 많이 만들었다.
씨앗을 구멍 당 2개씩 넣었다. 연일 폭염주의보 문자가 오니 혹시나 싹이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흙을 얕게 덮고 물 조리개로 쪼로록 흘렸다. 한번에 많은 양을 주기보다 조금씩 자주 주기로 했다.
이제 제일 어려운 일이 남았다. 싹을 틔우는 것이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물을 주고 있다. 흙이 계속 촉촉할 수 있도록 물 수발을 땀 흘려가며 하고 있다. 작년에는 파종 후 일주일 만에 싹을 만났다. 하지만 올해는 폭염이 더 심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노지에 심었다면 비라도 와서 더 빠르게 싹이 고개를 내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기예보에 노란색 햇님만 일주일내내 보이는 요즘같은 날씨엔 노지에서도 싹 틔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루 세 번 물을 주며 기다린다.
이번에는 언제쯤 뾰족한 당근 떡잎을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