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확시기, 4가지로 판단해요
텃밭에서 작물을 키워 수확할 때가 오면 재배기간을 따져본다. 날짜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자람새와 수확시기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작물 고유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옥수수는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때 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옥수수 수확시기를 판단하는 방법은 4가지이다.
옥수수 수염이 나온 시기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옥수수 수염이 나오고 20~25일 사이가 수확적기.
옥수수 수염의 색상
가장 확실한 신호.
짙은 갈색에서 더 짙어지면서 말라갈 때
옥수수 껍질의 색상과 각도
껍질이 선명한 초록색일 것, 누렇게 변했다면 조금 늦었다. 옥수수대에 밀착되어 있던 옥수수가 속이 차오르면서 옆으로 기울어진다.
하나 따서 껍질 벗겨 보기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확시기를 판단해보고, 애매할 때는 하나를 따서 껍질을 벗겨 상태를 확인해 본다.
2026년 옥수수 재배일지
- 3월 27일 직파
- 7월 3일 테스트 수확(수염 후 20일째)
- 7월 17일 완전 수확
식구들 중 누구도 옥수수를 즐기는 사람은 없지만, 텃밭에 안 심으면 또 섭섭한 것이 옥수수인지라 올해도 씨앗을 뿌렸다. 자흑찰만 싹이 올라왔고, 감나무 아래라 웃거름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그래도 개꼬리와 수염이 보이기 시작하니 어느새 수확할 때가 왔다. 올해는 조금 늦게 수확한 탓에 수분감은 덜했지만, 밥에 넣어 먹기엔 충분했다. 삶아서 알만 발라 냉동실에 넣으며 올해의 옥수수 농사를 마무리했다.
6월 14일, 가장 앞쪽 옥수수에서 수염이 나온 걸 발견했다. 그날부터 달력을 세기 시작했다.
'그럼 7월 3일부터 보면 되겠네.'
대략 스무 날쯤 지나 다시 찾아가 보니, 수염은 갈색을 넘어 거의 검게 말라 있었고 옥수수도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 이제 따도 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옥수수 수염색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를 땄다. 싹이 난 옥수수의 갯수가 적어서 테스트로 하나를 따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로또 번호를 확인하는 마음으로 껍질을 하나씩 벗기고 있으니 옆밭 할머님이 유모차를 끌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그 왜 옥수수를 그것밖에 안 심었어?"
애들도 좋아하는데 장에 가서 한판 사와서 심지~"
"아.. 씨를 심었어요~ 모종안하고.. "
할머님은 유모차를 끌고 다시 길을 가셨다.
다행히 할머님이 말을 걸어 주셔서 긴장되던 마음은 진정이 되었다. 다시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데 집중했다. 한 겹 한 겹 벗기는 대신 조급한 마음에 수염쪽 껍질만 벗겼다.
띠로리~~
아직 하얀 속살이었다. 역시 조금 이른 수확이었다. 집으로 가져와 삶아 보니 단맛은 아주 희미했다. 옥수수밥을 해줬더니 첫째가 묻는다.
"이게 뭐야예요?"
"옥수수"
"아무 맛도 안 나요."
흥~
뒤쪽에 옹기종기 모여서 자라던 옥수수는 6월 19일에 수염이 보였다. 이번에는 조금 늦게 수확하기로 했다. 초여름을 지나고, 비가 오기도 하면서 폭염 속에 옥수수는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폭염이 지속되니 텃밭에 나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날짜로봐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햇살이 기승을 부리기 전, 선선한 아침에 텃밭으로 나갔다.
조심스럽게 하나를 따 껍질을 벗겼다.
오~~!! 이번에는 자색과 흑색이 골고루 올라 제대로 익어 있었다. 수확이 가능해 보이는 것을 모두 땄지만 겨우 4개다.
적당히 껍질을 벗겨 집에 가져와서 삶았다. 냄비의 뚜껑에 맺혀가는 물방울을 보고 있자니 옥수수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우리 가족이 옥수수를 좋아하진 않지만 겨우 4개는 너무한게 아닌가. 매년 냄비 2개씩 꺼내서 꾹꾹 밀어넣어 삶으며 이걸 언제 다 먹냐며 한숨을 쉬곤 했다. 올해는 옥수수를 냄비에 넣고도 공간이 남았다.
마을 할머님이 하신 말씀이 자꾸 생각났다.
"그 왜 옥수수를 그것밖에 안 심었어?"
내년 여름에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