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원래 서툴다

사과참외 수확시기

by농부아내


사과참외는 일반적인 노란 참외보다 수분이 많고 은은한 멜론 향이 나는 재래종 참외다. 사과처럼 둥글고, 노란 참외의 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과참외 수확시기는 꽃이 피고 수정된 뒤 약 35~45일 정도다. 다만 햇빛과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날짜보다 색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연한 초록빛이 점차 크림빛으로 변하고 향이 진해질 때가 가장 맛있게 수확할 시기다.


2026년 사과참외 재배일지
- 4월 10일 파종
- 5월 27일, 6월 3일 순 정리
- 6월 25일 인공수정
- 7월 6일 첫 수확(자연수정)
- 7월 19일 수확(3개)






작년에 우연히 먹어본 사과참외의 맛을 보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올해는 씨앗을 구입해 직접 심었다. 처음 키운 사과참외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물이었다. 재식간격을 80cm로 넓게 잡았으나 최소 1m는 되어야 할 듯 하다. 순치기도 처음이라 우왕좌왕했지만 다행히 자연수정된 열매가 하나 생겼다. 이후 흰가루병과 잎이 노랗게 자꾸 말라버렸고, 벌이 없어 수정이 되지 않아 붓을 들고 인공수정을 했다.


첫 사과참외 재배는 순탄하진 않았지만 맛은 기가 막혔다. 수확하기 2주 전부터 물을 주지 않았더니 당도가 바짝 올라 세상 달콤한 사과참외를 맛볼 수 있었다.


6월 11일


암꽃이 제법 피었다. 바닥에 닿을 것 같아 일부는 제거했으나 돌이켜 보자면 녀석들을 모두 남겨둘 걸 그랬다. 손자줄기에 암꽃 봉오리가 몇 개 더 보이니 저 녀석들이 수정이 되면 달콤한 사과참외를 먹으리라는 상상을 하며 암꽃들을 꺾었다.


6월 18일


밤호박 손질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꽃은 피는데 열매가 보이지 않아 포기의 마음으로 텃밭을 둘러 보았다. 자연수정이 된 사과참외 하나를 발견했다. '발견'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어찌나 기특하든지. 그녀석을 보고 있자니 포기하려던 마음은 사라졌다. 벌이 없으니 붓을 들고 인공수정을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25일


아이들이 쓰던 얇고 작은 붓을 들고 수꽃의 수분을 암꽃으로 옮겼다.


제발 되어라.

사과참외 먹고 싶단 말이닷.


그렇게 많던 꽃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간절한 마음으로 두 번의 인공수정을 했다. 그 뒤로는 붓을 들지 않았다. 낙과뿐만 아니라 잎에 병이 왔다. 흰가루병과 잎마름병이 와서 상태가 좋지 않은 뿌리 근처의 아래쪽 잎들은 모두 잘라버렸다. 그래서 새로 나는 잎들은 수정이 된 열매가 크는데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붓을 들고 한 마리 벌이 되어 몇 개를 수정 성공시켰다. 주렁주렁 매달고 싶었으나 벌이 없으니 역시 나중에 핀 암꽃들은 수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씨앗 두 개에서 총 6개의 사과참외를 텃밭에서 키우게 되었다. 손자줄기 6개를 남겼으니 숫자만 본다면 손자줄기 하나당 한개의 열매를 매단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열매가 안 매달린 손자줄기도 있다. 이상하게 수꽃만 주구장창 피는 줄기였다. 사과참외 재배 초보는 아무래도 부실한 손자줄기를 남겨서 그런게 아닐까 짐작만 해 볼 뿐이다.


좌 : 7월 2일 / 우 : 7월 6일


하우스 텃밭을 둘러볼 때마다 자연수정된 사과참외는 내 눈이 커지게 했다. 작은 방울같은 아오리 사과보다 조금 옅은 초록빛 열매였던 사과참외는 사이즈도 점점 커졌다. 연한 초록빛을 누가 닦아내는 듯 점점 색이 빠지면서 연둣빛 크림색으로 변했다.


드디어 맛볼 때가 온건가.


며칠 두면 완연한 아이보리색이 될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4일만에 다시 만난 사과참외는 열과처럼 꼭지 근처가 갈라졌다. 수확시기를 놓친 걸까. 날짜로 계산해 보면 아직 수확이 이른 듯 해서 기다렸다가 이 사단이 났다. 결국 수확했다.



하나밖에 수확하지 못해 공주님 대하듯 소중하게 껍질을 깎았다. 하나 있는 사과참외라 농부님과 한 쪽씩 먹었다. 한 입 베어물었다. 아삭한 식감에 참외보다 훨씬 수분이 많아 먹기 좋았다. 조금 더 베어 물어 안쪽 과육을 씹으니 달콤함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아.. 행복하다.

사과참외 심길 잘했다~!


나머지는 하교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주려고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간식으로 먹진 못하고 다음날 아침 샐러드 옆에 오늘의 과일로 올라갔다. 아이들도 시원달콤한 사과참외를 맛있게 먹었다.


7월 19일


인공수정이 된 사과참외 중 3개도 색상이 변해서 수확을 했다. 이제 2개만 남았다.


텃밭을 처음 가꾸기 시작했던 나라면 한 번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될 줄 알고 씨앗만 파종하고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방치해도 못난이어도 수확할 수 있고, 어쩌다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대로 된 것을 원하고, 그것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처음 키운 사과참외는 쉽지 않았다. 밤호박과 수박, 오이, 애호박까지 같은 박과 작물을 키워봤기에 조금은 수월할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은 역시 처음이었다. 그럴듯한 결과를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는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보고, 방법도 다양하게 시도하다보면 요령이 생긴다는 걸 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올해는 사과참외를 맛볼 수 있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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