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 수확이 끝나면 뿌리만 뽑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배에 사용했던 집게와 핀, 받침대까지 하나씩 모두 수거해야 한다. 밤호박 전용 자재는 따로 없어 오이집게, 딸기 런너핀, 참외 받침대를 대신 사용했다. 다음 농사에도 다시 써야 하는 것들이라 빠짐없이 거둬야 한다. 봄 밤호박 재배 후 하우스 정리작업 중 두번째로 하는 일이다.
2026년 봄 밤호박 하우스 정리일지
- 6월 22~23일 하우스 세 동 뿌리뽑기
- 6월 25일 하우스 세 동 핀 수거
- 6월 30일 하우스 세 동 집게, 받침대 수거
6월 25일.
오전에 호박 손질을 하고 점심을 먹고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하우스 세 동의 핀을 모두 수거하는 것이다.
'애들이 오기 전에 다 끝낼 수 있을까?'
의문을 품고, 모기약을 칙칙~ 온몸에 뿌렸다.
아이들이 어릴 때 몇 통씩 주문해 먹던 하리보 젤리통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하우스로 향했다. 뿌리를 뽑은 터라 줄기가 말라가는 하우스의 초록은 잡초밖에 없었다.
한 손에 두 개의 통을 겹쳐서 들고 하우스 안쪽으로 걸어가며 핀을 통에 담았다. 빨간색과 주황색의 핀이라 눈에 쉽게 띄었다.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봐 발로 헤쳐가며 하나씩 통에 담았다. 하우스 한 줄만 돌아도 하리보 통 하나 반이 금세 찼다. 수돗가 대야에 한 번 비우고 다시 들어갔다. 보배동, 보영동을 지나 마지막 보미동만 남았다. 오전 내내 흐리던 하늘은 내가 일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맑아졌다.
'허리도 아픈데 그만할까?'
고온의 하우스에 계속 머무르니 두통도 밀려 왔다. 잠깐 고민했지만, 다음 해야 할 일이 또 기다리고 있으니 멈출 수 없었다. 걱정과 달리 아이들이 하교 하기 전에 하우스 세 동의 핀 수거를 모두 마쳤다. 지저분 해진 핀들을 씻어 그늘에 말려 보관하면 끝~!
6월 30일.
아침을 먹고 아이들 배웅도 하지 않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하우스로 향했다. 오늘의 목표는 하우스 세 동의 집게와 받침대를 수거하는 것이다. 올해는 호박 줄기의 중간쯤에 첫 과를 매달아 받침대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받침대는 집게 수거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노란 수레에 컨테이너를 실었다. 그물에 말라가는 줄기를 잡고 있는 집게를 하나씩 떼어 컨테이너에 던졌다. 한 번에 여러개의 집게를 손에 들고, 중간쯤에 놓인 수레에 던져서 골인~! 튕기면 다시 주우면 그만이다. 대충 휙 휙 던진다.
탁! 탁! 타탁!
컨테이너에 쌓이는 집게 소리가 경쾌하다.
4열 재배를 할 때는 집게도 많이 사용해서 2~3일은 걸렸다. 2열 덕 재배를 하니 수레를 끌고 한 번 들어가서 가득 채워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하루만에 집게 수거가 끝났다.
밤호박 농사를 시작하고 농부님이 처음 이 일을 내게 맡겼을 때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눈을 부릅뜨고 집게를 찾았고, 호박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가 통 하나에 집게를 가득 채워 들고 나왔다. 그땐 왜 그렇게 작은 통으로 날랐나 모르겠다. 작은 통에 집게는 찼는데, 눈 앞에 미처 수거못한 집게가 보이면 안타까움마저 느꼈다. 통을 비우고 다시 들어가다가 결국 아까 봤던 집게는 놓쳤다.
10년째 수거작업을 하다보니 지금은 놓친 집게는 줄기 철거 하면서 다시 만난다는 걸 안다. 두 번 일하는 건 질색이었다. 그런데 농사를 지은 해가 늘어난 만큼 나도 나이가 들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이제는 집게 하나 놓쳤다고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에잇'
한 번 투덜거리고, 줄기 철거하면서 장화에 꽂아서 수거하면 그만이다. 할 일도 많은데 작고 소소한 일에 집착하다보면 나만 피폐해진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예전에는 집게 하나 놓치는 것도 실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집게는 늦더라도 결국은 다른 집게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된다. 둘러가더라도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집게처럼, 나도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법을 집게 수거 하면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