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 뿌리를 뽑는 마음

by농부아내


밤호박 수확이 끝나면 줄기뿐 아니라 뿌리까지 모두 뽑아낸다. 수확은 끝났지만 농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남겨 둔 뿌리는 병해충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다음 작물을 심는 데도 방해가 된다. 그래서 뿌리를 뽑는 일은 단순한 뒷정리가 아니라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2026년 봄 밤호박 하우스 정리일지
- 6월 22~23일 하우스 세 동 뿌리뽑기






기존에 있던 하우스 세 동은 올해 수확이 빨리 마감되었다. 뒤늦게 매달린 쪼꼬미 밤호박은 수확해 후숙한 뒤 틈틈히 먼지만 털어 공판장에 내기로 했다. 쪼꼬미 밤호박을 다 털어야 하우스 정리를 시작할 수 있다.


"보배동 다 털었어~"


순간 귀를 의심했다.


'벌써?'


6월 21일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수확 마감에 당황스러웠다. 밤호박 출하와 함께 하우스 정리가 시작될 참이었다. 택배 포장하느라 농부님이 애쓰는 걸 보면 미안해질 것 같았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우스에 들어가기 전, 눈을 감고 온몸에 모기기피제를 뿌린다. 뿌리를 뽑고 나면 허리야 하루 이틀 아프면 괜찮다. 밤새 가려워 잠을 설치는 게 더 두렵다. 밤호박 터널이 완성되진 못했지만 초록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던 하우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수확이 끝나 말라가고 있었다.


밤호박 손질로 쭈그려 앉아 일하느라 굳은 몸을 풀어본다.


이제 시작할까?



뿌리 하나를 잡아당기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바닥을 기며 자란 줄기에 중간중간 뿌리가 내렸다. 한 번 뽑고, 흔들고, 또 잡아당겨야 했다. 줄기를 바짝 말리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남겨 두면 혼자만 선명하게 살아 있어 그 줄기 하나만 유난히 무겁다.


올해 새로 지은 비닐하우스의 밤호박은 더 익혀서 수확을 하기로 하고 기존의 하우스 세 동만 뿌리를 뽑았다. 예년보다 적게 심은 덕분에 이틀 만에 뿌리 뽑는 일이 끝났다. 허리는 아팠지만 뭔가 싱겁게 끝난 기분이었다.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뒷정리는 농부님이 혼자서 다했다. 우리의 하우스가 생기고 농부님이 해야 할 외부 일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도왔다. 내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뽑고 정리하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된 뒤로는 농부님이 도왔다. 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일 처리 방식 때문에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일단 내가 시작하면 나에게서 끝이 날 수 있게 무리를 해서라도 끝냈다. 하루 더 허리가 아픈 편이 서로 어색해지는 것보다 나았다.


흙을 일구는 일을 하기 전에는 마트 가판대에 놓인 채소와 과일이 얼마나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흘린 농부님들의 땀과 정성은 모르고, 왜 이렇게 비싼지 투덜거리기만 했다. 지금은 그런 마음과 생각들은 쏘옥 들어가고 흙 묻은 장갑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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