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수확시기
대파는 모종을 심고 70~100일 경과 시점에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파처럼 "오늘이 수확하는 날" 하고 정해진 작물은 아니다. 자가소비용으로 키우는 대파는 잎이 충분히 자라면 필요할 때 언제든 뽑으면 된다. 씨앗을 채종할 생각이 아니라면 꽃대가 올라오기 전까지 뽑을 수 있다.
2026년 봄 대파 재배일지
- 2월 11일 20구 파종
- 3월 11일 잎 자르기
- 3월 31일 아주심기
- 4월 29일 1차 웃거름
- 5월 29일 2차 웃거름
- 6월 24일 수확(정식 후 86일째)
올해 봄 대파는 이상했다. 분명 웃거름도 줬고, 북주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둑을 너무 뾰족하게 만든 탓에 흙을 덮을 때마다 다시 흘러내렸다. 손으로 몇 번이고 눌러 보았지만 원하는 만큼 북주기가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이게 제대로 자라기는 할까...'
대파는 좀처럼 굵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6월 중순, 장마가 시작된 듯 강풍과 함께 비가 내렸다. 다음 날은 출근하는 토요일이었다. 농부님이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톡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옥수수와 대파가 드러누운 사진이었다. 옥수수만이라도 세워 달라고 농부님께 부탁했다. 대파를 키우면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확실히 신경을 못 써 준 티가 나는 것 같다.
그렇게 장마가 짧은 순간 끝나는 듯 했다. 햇빛이 쨍쨍 더웠지만 바람은 선선했다. 며칠 사이 내린 빗물도 빠졌으리라 생각하며 대파가 심어진 곳으로 향했다.
자세히 보니 쓰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버티고 있는 대파도 많았다. 옆으로 살짝 쓰러진 녀석들은 그대로 나흘을 견뎌냈다. 더 이상 애쓰지 말라는 마음으로 모두 뽑기로 했다.
내가 달력에 대파 수확예정일로 적어 둔 날짜는 7월 8일이었다. 막상 텃밭을 보니 쓰러진 건 몇 개 되지 않아 다시 흙으로 북돋아 세울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수확해서 담을 바구니와 다듬을 칼도 모두 챙겨온 탓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막상 뽑아 보니 흰 부분도 생각만큼 짧지는 않았다.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어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나씩 뽑아 뿌리 흙을 털어내는데 대파의 매운 향이 코 끝에 닿았다. 그 향을 맡으니 매년 봄 대파를 썰면서 흘린 눈물이 떠올랐다.
'올해는 더 지독하겠구나'
향만 맡았는데도 눈물이 먼저 날 것 같았다.
뽑고 보니 이건 '대파'가 아니라 '중파'수준이다. 쪽파라고 불러도 될만한 녀석들도 있었다. 맛있는 대파김치를 담아볼까 생각했지만 바구니에 담긴 중파의 수량도 적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다듬고 씻어놓으니 잘 키운 대파는 아니지만 중파치고는 대파스럽다.
텃밭에 대파를 처음 들였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웃거름도 안 줬고, 북주기도 서툴렀다. 그런데도 대파는 의외로 튼실했다. 올해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방법도 알고 경험도 쌓였다고 믿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매년 같은 작물을 키워도 이렇게 한 번씩 변심을 보여 주지만, 사실 알고 보면 모두 내 탓이다.
대파의 마음이 변한 건 없었다. 비료를 좋아하는 작물인데 밑거름도, 웃거름도 충분하지 않았다. 두둑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잡초와 함께 경쟁하며 자라게 했다. 액비 한 번 줬다고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착각했다. 제대로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게으름을 부린 건 결국 나였다.
내 변심을 알아차린 듯 손질하는 내내 눈물이 났다. 매워서 흘리는 눈물인지,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어 둔 중파를 보며 생각했다. 변한 건 대파가 아니라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내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