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실은 가지가 싫어

가지 키우기, 가지 수확시기

by농부아내


가지는 한 포기만 심어도 네 식구 먹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너무 잘 열린다는 것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보면 뿌듯하지만, 어느 순간 냉장고에 가지가 쌓이기 시작한다. 자가소비용이라면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 먹을 만큼만 줄기를 살려 키우는 편이 텃밭도, 냉장고도 한결 편하다.


가지의 첫 번째 꽃이 피는 지점을 방아다리라고 하고, 그 아래 곁순은 모두 제거한다. 이후 2~3개의 줄기만을 남겨 가지를 매달게 한다. 곁순은 계속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가지꽃이 피고 20~25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다. 꽃이 지고 작은 열매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이즈가 훅훅 커지는 걸 확인했다면 적당히 키워서 수확하는 것이 좋다. 너무 크게 키우면 식감이 질겨지고 씨만 굵어진다. 조금 이르다 싶을 때 따 주어야 다음 가지가 자라고 계속해서 꽃이 핀다.


2026년 가지 재배일지
- 4월 16일 아주심기
- 5월 4일 1차 웃거름
- 이후 웃거름은 거의 생략
- 6월 19일 첫 수확(아주심기 후 65일째)






작년에는 봄에 두 포기의 가지를 심고 하나는 일찍 정리를 하고 한 포기만으로 찬바람이 불 때까지 수확해서 먹었다. 한 포기에서 자란 가지만으로도 우리 식구들 먹고 남아 건조기에 말려서 보관해 두었다. 그래서 올해도 역시 두 포기만 심었고, 몇 주 전부터 수확을 시작해 나눔도 하고, 열심히 밑반찬도 만들어 먹고 있다.


가지 첫 꽃 제거 전/후(5월 12일)


가지가 추위에 그렇게 약한 줄도 모르고 택배비 아껴 보겠다고 일찍 심었다가 모종을 두 번이나 샀다. 결국 아끼려다 더 쓴 셈이다. 그래도 다른 모종까지 함께 주문했으니 손해만 본 건 아니라며 애써 위로했다. 두 번째 심은 모종도 역시 제 때에 심은 것은 아니고 조금 이르게 심어 자람세가 느렸다.


줄기들이 여전히 앙상한데 꽃부터 피우길래 내 안의 불안핑이 튀어 나오기도 했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이제는 이 꽃은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걸 안다. 앙상한 줄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첫 번째 꽃은 예쁘지만 과감하게 꺾었다.


6월 7일


웃거름은 초반에만 액비를 주었다. 이후에는 하우스 일이 바빠 자연이 키웠다. 내가 한 것이라곤 가끔 들러 곁순을 떼내는 것뿐이었다. 4~5일 동안 비가 오지 않고 이른 더위가 찾아온 듯 한 날에만 물 조리개를 들고 가지를 찾았다.


곁순을 떼어내면서 줄기 정리도 함께 했다. 작년에 4개 정도의 줄기를 남겨 두었더니 쌓여가는 가지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정도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는 관리도 수월하게 딱 3개의 줄기만 남겼다. 처음에는 V자 모양으로 두 개만 남기려고 했었다. 가위를 들고 멈칫했다. 뭔가 2개는 섭섭하고, 3개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혹시 또 하나의 줄기가 사망하더라도 2개 정도는 살아 있어야 할 것 같아 3개의 줄기를 남겼다. 돌이켜 보면 이 때의 내 선택이 다행스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6월 19일 첫 수확


꽃이 지고 한 번 커지기 시작한 가지는 속도를 내는 듯했다. 곁순이 다른 작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자라지 않아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서 더 빠른 속도로 가지가 커진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가지에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보라색 보석처럼 반질반질 빛났다. 한 포기에서 하나씩, 딱 두 개를 수확했다. 이 정도면 우리 집 저녁 반찬으로 충분했다. 매번 이렇게만 수확한다면 좋겠지만, 뒤에 매달린 쪼꼬미 가지들이 주렁주렁이다.


강풍이 불었던 다음 날, 멀리서 지켜본 텃밭은 멀쩡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했지 며칠 뒤 가까이 가서 보니 가지의 얇은 줄기들이 부러져 있었다. 다행히 한 포기는 견뎌주었지만, 나머지 한 포기에서 2개의 줄기가 부러졌다. 고라니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었다. 그때 3개의 줄기를 남겨 둔 게 다행이었다. 2개의 줄기만 남겨 뒀다면 두 차례 수확만으로 뿌리를 뽑아야 했을 것이다.



첫 수확은 시작에 불과했다. 뒤를 돌아보니 쪼꼬미 가지들이 이미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수확을 했다. 사실 식구들 누구도 가지를 좋아하진 않는다. 첫 번째 수확한 가지로 무침을 만들어 줬더니 둘째가 물었다.


"엄마, 가지 또 있어요?"

"그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최고로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가 '가지'예요"

"작년에 가지덮밥 만들어 줬을 때는 잘 먹었잖아"

"눈치 챙겨야죠~"


아이의 마지막 말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충격이었다. 작년에 만들어 준 가지요리들은 다 잘 먹더니 올해는 가지가 싫다며 선포를 했다. 어쩔 수 없다. 겨울에 밑반찬 재료가 부족할 때 말려 둔 가지만큼 든든한 것도 없으니까. 그냥 먹으렴.


엄마도 실은 가지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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