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을 재배하기 위해 모종을 심어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아기멜론이다. 하지만 아기멜론 수확만을 위해 직파하거나 모종을 심었다면 멜론 암꽃은 어미줄기가 아닌 아들줄기에서 핀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줄기성장을 위해 어미줄기 5~8마디 아래에서 자라는 아들줄기는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2026년 아기멜론 재배일지
- 4월 10일 직파
올해 아기멜론 수확을 위해 지난 4월에 파종했으나 첫 단추부터 수월하지 않았다. 13개의 구멍에 파종하고 8곳에서 싹이 올라왔다.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밤호박 농사가 바빠 몇 번 물 주기를 놓쳤더니 세 포기는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졌다. 남은 다섯 포기라도 살리고 싶었는데, 하우스 방제를 하던 농부님이 두둑 끝자락에 자라던 한 포기의 줄기가 끊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결국 13개 중 네 포기만 키우게 되었다.
네 포기뿐이었지만 아들순과 손자순을 키워 아기멜론만큼은 주렁주렁 달리게 하고 싶었다. 물만 열심히 줬는데도 줄기는 금세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어미줄기만 자라게 하려고 아들줄기와 아래쪽 잎을 정리해 주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줄기는 더욱 힘차게 뻗어 갔다.
줄기가 바닥을 기기 시작하자 그물을 내려 세워 주었다. 여러 개의 아들줄기를 키우기에는 그물이 가장 편했다. 가끔 하우스에 들러 숙여지는 어미줄기를 그물에 감아 주고, 10번째 마디 아래의 아들줄기는 제거했다. 드디어 아들줄기에서 암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인공수정을 하지 않아도 주렁주렁 달렸기에 올해도 붓은 들지 않았다.
자만과 게으름이 섞인 내 마음을 읽은 걸까.
아들줄기와 손자줄기는 그물을 휘감으며 무성하게 자랐지만 암꽃은 자꾸 노랗게 변했다. 수정이 되어도 양분이 부족해 노랗게 변한게 아닐까 싶어 내 키보다 높이 자란 어미줄기를 싹둑 잘랐다. 어미줄기가 멈추자 아들줄기는 더 힘차게 뻗어 나갔다.
지금쯤이면 아기멜론이 보일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성한 잎을 들췄다. 아들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길 때마다 내 마음도 노랗게 변한 암꽃처럼 노래졌다. 놀라웠다. 어떻게 이 많은 줄기에서 수정된 것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실망과 놀라움이 겹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쯤, 딱 하나의 아기멜론을 발견했다. 그마저도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열일을 해야 할 벌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겠다. 하지만 아기멜론 장아찌를 좋아하던 친정아버지가 안 계신 걸 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노랗게 변한 암꽃들을 거친 손으로 툭툭 따 버린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장아찌를 들고 아빠를 만나러 가려면 지금이라도 붓을 들고 한 마리 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