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박 수확시기
밤호박(단호박)은 수정 후 45~50일 사이에 수확한다. 날짜보다 꼭지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줄기에 매달린 꼭지가 초록에서 코르크 마개처럼 갈라짐이 보이면 수확한다.
땅끝보배농원 밤호박 수확
- 6월 5일~16일 하우스 4동 첫 과 수확완료
6월 초순이면 수확을 시작하곤 했는데, 5월 말이 되어도 꼭지가 너무 초록이었다. 단호하게 초록빛을 지키던 꼭지가 며칠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어느새 꼭지가 갈라져 있었다. 농부님이 가위를 챙겨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새벽 5시 30분, 여름의 아침해는 일찍 떠오른다.
해남에 터를 잡고 밤호박 농사를 시작하면서 주황빛으로 물드는 아침 하늘을 자주 마주한다. 해마다 보는 풍경인데도 같은 하늘처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미 하루가 시작된 나는 저 하늘을 보며 힘을 낼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새벽 5시 30분, 농부님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6월 초순, 한낮의 하우스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서 농부님의 일할 시간은 아침, 저녁이 되었다. 수정할 때보다 더 이르게 출근해 밤호박 수확을 시작한다. 올해 첫 수확은 보배동에서 시작했다. 잎 따기를 해 둔 덕에 안쪽으로 들어가 가위로 꼭지를 잘라 하나씩 수확한다.
나는 줄기가 꺾이는 부분까지 잎을 따지 않았다. 호박이 자랄려면 잎이 충분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수확이 시작되니, 아랫쪽에 매달린 호박이 보이지 않는다며 농부님은 잎을 따며 수확을 했다. 그래도 속도가 나지 않자 작은 예초기까지 등장했다. 예초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잘린 잎들만 남고 숨어 있던 밤호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가을 재배에 이어 두번째 덕 재배이지만, 정식 위치가 멀어져 올해 봄 재배엔 터널을 완성하지 못했다. 예년처럼 밤호박이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리길 원했으나 올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며칠을 먹구름 상태로 보냈다. 농부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더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의 실수로 수확량은 저조하지만, 단단하게 잘 자라준 밤호박을 보니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농부님이 수레에 담아 온 밤호박을 후숙 하우스 컨테이너로 옮기면 그때부터는 내 차례다. 사이즈를 나누고, 줄을 맞춰 세우고, 꼭지가 잘 마를 수 있도록 펼쳐 놓는다. 수확은 농부님의 일이지만 후숙은 내 일이다.
다행히 수확이 시작된 뒤부터는 햇살도 좋았다.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하우스 창을 모두 열고 대형 선풍기까지 돌리면 밤호박 꼭지들이 천천히 마르기 시작한다. 2~3일이 지나면 내 출근지도 자연스럽게 후숙 하우스로 바뀐다. 줄을 맞춰 놓은 밤호박 사이를 걸으며 꼭지가 얼마나 말랐는지 살핀다. 수확이 끝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때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