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 먹나 했는데 또 심었다

여름상추 파종시기

by농부아내


여름상추는 고온에서도 잘 자라도록 개량된 품종이다. 여름에 일반 상추를 키우면 꽃대가 빨리 올라오기 때문에 잎에 쓴 맛이 돈다. 그래서 여름에는 반드시 여름 전용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씨앗 봉투에 "여름 상추" 혹은 "여름 전용"이라고 적혀 있는 품종을 고르면 된다.


여름상추 파종시기는 5월 말~6월 초순이다. 싹이 트고 한장씩 뜯어서 먹으려면 한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파종하는 편이 좋다. 발아율을 높이려면 한낮 더위가 시작되기 전 파종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자라는 동안 장마를 거치게 되므로 봄보다 간격을 넉넉하게 두고 파종하는 것이 좋다.


2026년 여름상추 재배일지
- 5월 28일 파종



5월 14일


텃밭 위치를 옮기고 땅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봄에는 쌈 채소 씨앗을 유난히 많이 뿌렸다. 혹시 싹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상추는 제법 잘 자랐다. 텃밭을 바라보면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숨도 나왔다.


'저걸 언제 다 먹나. 염소 되겠다.'


결국 맨 앞쪽에 심었던 청치마상추는 좁은 간격과 늦은 수확 탓에 잎이 타들어가고 벌레까지 생겨 모두 뽑아 버렸다. 적근대와 겨자채, 적겨자도 열심히 뜯어 먹었지만 끝내 다 먹지 못했다. 지금은 적치마와 청로메인, 적로메인, 청근대 정도만 남아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먹다가는 여름에 먹을 상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씨앗 상자를 뒤졌다. 다행히 여름상추 씨앗이 있었다. 내가 직접 구입한 씨앗이었다면 기억했겠지만 대부분 서비스로 받았던 씨앗이라 이름도 가물가물했다. 진딧물이 들끓어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 아욱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여름상추 씨앗을 뿌렸다.


봄에 심었던 상추를 뽑아낼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싹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해서 많이 뿌렸다. 그런데 잘 자라니 이번에는 너무 많다고 걱정했다. 상추가 상추를 밀어낼 만큼 빽빽하게 자라도록 만든 것도 결국 내 걱정이었다. 봄에는 멀칭 비닐의 구멍마다 씨앗을 넣었다. 수확을 미루다 보니 잎들이 서로 겹쳤고, 비가 오면 물러지거나 웃자라듯 연하게 자랐다. 연한 상추는 먹기에는 좋았지만 오래 두지 못해 서둘러 먹어야 했다. 그것도 나름의 부담이었다.


그래서 여름상추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넉넉하게 간격을 두고 품종마다 네 구멍씩만 파종했다. 욕심을 조금 덜어낸 셈이다.


6월 1일


5월 말의 햇살은 벌써 한여름 같았다. 선풍기를 등에 메고 다니고 싶은 날씨였다. 파종 후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흙이 마르지 않게 신경 썼다. 그리고 5일 만에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 한여름에 상추 사먹지 않아도 되겠구나'

상추가 금상추가 되는 한여름에도 텃밭에서 한 장씩 뜯어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났다.


6월 7일


싹이 나온 뒤에는 한차례 폭우가 쏟아졌다. 다행이었다. 비가 오기 전에 싹이 나오지 않았다면 씨앗들이 빗물에 쓸려갔을지도 모른다. 작은 싹들은 세찬 비를 맞고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올망졸망한 잎들이 흙 위를 채우고 있다. 조금 더 자라면 솎아줘야 할 것 같다.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상추가 넘쳐날 때는 언제 다 먹나 싶더니, 정리를 좀 하니 또 상추가 걱정이다. 그래서 다시 씨앗을 뿌리고 싹을 기다린다. 한 달 뒤면 저 작은 잎들도 식탁 위에 올라오겠지. 그때는 또 "너무 많이 심었나?" 하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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