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를 채우는 대신

풋고추 수확시기, 언제 따야 맛있을까

by농부아내


하우스 텃밭에 심은 고추는 고춧가루를 내는 고추가 아니라 쌈장에 찍어 먹는 풋고추다. 올해는 당조고추, 헬로풋, 가지고추, 청양고추 네 가지를 심었다.


생식으로 먹는 풋고추는 날짜보다 외형을 보고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수확할 시기가 된 풋고추는 표면에 윤기가 흐르고, 품종 고유의 크기와 색을 갖춘다.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하면서도 살짝 탄력이 느껴질 때 수확하면 맛과 식감이 가장 좋다.


2026년 고추 재배일지
- 4월 8일 아주심기
- 4월 29일 1차 웃거름
- 5월 17일 2차 웃거름
- 5월 28일 첫 수확






작년에 처음으로 여러 품종의 풋고추를 하우스에서 키웠다. 가지색, 초록, 연둣빛 고추가 식탁에 함께 올라오는 모습이 제법 즐거워 올해도 망설임 없이 모종을 심었다. 방아다리 아래 순을 정리하고 2분지에 남겨 두었던 고추들이 어느새 자라 며칠 전부터 하나씩 따 먹고 있는 요즘이다.


6월 4일 당조고추


작년에는 방아다리 아래 곁순만 정리한 뒤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고추가 커지는 대로 따 먹었고,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문제는 수확량이었다.

우리 네 식구가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마을 어르신들께 나눠 드리기도 했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우스에서 자란 고추는 시간이 갈수록 잎이 무성해졌고, 통풍은 점점 나빠졌다. 약도 자주 치지 않았으니 결국 벌레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다. 한창 달려 있던 고추들을 다 수확하지도 못한 채 고추나무를 뽑아야 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고추를 추석 무렵까지 키운다. 하우스에 심었으니 나는 더 오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래서 올해 목표를 바꿨다. 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 오래 키우기로 했다. 많이 따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따 먹으며 추석 무렵까지 건강하게 고추를 키워 보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6월 4일 헬로풋


그 목표를 위해 올해는 내 마음대로 순 정리를 시작했다.

안쪽으로 자라는 가지들을 조금씩 정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르지는 않았다. 모두 잘라 버리면 잎이 부족할 것 같았고, 꽃이 지면서 작은 고추가 맺히기 시작한 가지들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덕분에 조금 휑해 보이긴 했다. 그래도 바람은 훨씬 잘 통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위쪽으로 자라는 가지들은 그대로 두어 잎이 충분히 남아 있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내 텃밭에는 이 방법이 맞는 것 같았다.


6월 4일 청양고추


5월 28일부터 2분지에 달린 풋고추를 조금씩 따기 시작했다. 첫 수확이라 더 서둘렀다. 먼저 달린 고추를 빨리 따 줘야 뒤에 달린 고추들도 잘 자랄 것 같았다. 당조고추 두 개, 가지고추 한 개, 헬로풋 한 개. 청양고추는 아직 조금 더 커야 할 것 같아 남겨 두었다. 두번째 수확할 땐 꽤 많은 고추들을 땄다. 아이들은 여전히 풋고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확한 고추 대부분은 농부님과 내 차지가 된다. 점심을 먹을 때 종류별로 한두 개씩 씻어 쌈장에 찍어 먹는다.


6월 4일 가지고추


두 번째 순 정리를 하고 두 번째 줄도 묶었다.

네 품종 가운데 헬로풋은 키가 가장 작지만 열매는 가장 실하다. 꽃도 많이 피더니 어느새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다. 청양고추는 오랜만이다. 속이 불편해 한동안 먹지 못했다. 예전에는 한 끼에 두세 개씩 먹을 만큼 좋아했는데 참아야했다. 올해는 다시 한번 심어 봤고, 며칠 전 먹었다. 제대로 매웠다. 많이 달리면 장아찌를 담아야겠다.


당조고추와 가지고추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특히 가지고추는 작년처럼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데 막상 먹어 보면 의외의 맛을 품고 있다. 연둣빛 당조고추 역시 은은한 단맛이 돌아 자꾸 손이 간다.


아직 수확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가 좋다. 필요할 때 하우스에 가서 몇 개 따고, 식탁 위에 올려놓고 먹는다. 그러고 며칠 뒤 다시 하우스에 가면 어느새 새로운 고추들이 자라고 있다. 추석 무렵에도 하우스 문을 열었을 때 초록빛 고추들이 반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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