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움조차 즐겁다

애호박 키우기, 모종심는 시기부터 첫 수확까지 47일의 기록

by농부아내


키우기도 수월하고 수확시기가 다가오면 하나씩 따는 재미가 있는 작물이 애호박이다. 병해충에 약하긴 하지만 과하게 욕심만 내지 않으면 텃밭 생활의 또다른 즐거움을 주는 작물이기도 하다.


노지 텃밭의 봄 애호박 모종심는 시기는 늦서리가 끝난 이후, 5월 초순이다. 비닐하우스라면 4월 중순부터도 가능하고, 전문농가에서는 훨씬 빨리 심기도 한다. 한 번 자라기 시작하면 덩굴이 빠르게 뻗어나가 잎이 크게 자라기 때문에 한 포기당 40~50cm 정도 간격을 두고 심는다. 웃거름은 모종을 심고 15~20일쯤 1차로 주고, 이후 15~20일 간격으로 2~3회 정도 추가로 준다.


애호박은 원줄기(어미줄기) 재배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라는 동안 곁순을 제거해 줘야 한다. 첫 번째 열매는 보통 6~10번째 마디 사이에 피는 암꽃을 남겨 매달게 하는 편이다. 애호박이 수정되어 자랐을 때 땅에 닿지 않을 높이에 첫 열매를 매달면 관리가 수월하다.


아주 작은 애호박같은 모양을 한 암꽃이 노랗게 피고 수정이 제대로 된다면 5~10일안에 수확이 가능하다. 계속 애호박을 따줘야 줄기가 뻗어나가며 다음 매달린 애호박을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늦지 않게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6년 애호박 재배일지
- 4월 8일 아주심기
- 4월 29일 1차 웃거름(22일째)
- 5월 17일 2차 웃거름(1차 이후 19일째)
- 5월 19일 첫 개화
- 5월 24일 첫 수확(개화 후 6일째)






올해 애호박 키우기는 이상하리만치 순조롭다. 아마 밤호박 농사를 짓고 있어서일까. 처음 키우는 애호박도 아닌데다 밤호박에 비하면 손이 덜 가는 작물이라 그런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4월 8일


완연한 봄이 온 듯한 날씨에 마음이 급해졌다. 올해 애호박은 작년보다 조금 일찍 심었다. 밤호박 하우스조차 아직 이불을 덮고 있던 시기였지만, 녀석들이 잘 적응해 주기를 바랐다. 애호박은 두 개만 심었다. 두 개만 심어도 계속 수확하기 때문에 우리 식구 먹기에 충분했다.


1차 순치기 전/후 : 4월 29일


애호박도 밤호박처럼 어미줄기의 마디마디에서 호박이 열리게 키우기로 했다. 모종을 심고 첫 웃거름을 주면서 처음 순 정리를 시작했다. 귀농 전이었다면 어미줄기와 아들줄기를 구분하라는 말부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몇 번만 들여다봐도 금세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밤호박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어미줄기를 꺾어버리는 사고를 한 번쯤 쳤을지도 모른다.


5월 8일


한 번 순 정리를 해주자 애호박은 더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하우스 텃밭에 심어 둔 애호박 줄기는 바닥에서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바닥을 기어가던 애호박 줄기를 그물 위로 하나씩 올려 주었다. 왠지 그 모습이 이른 더위에 지쳐 평상에 드러누운 내 모습과 닮아 있었다.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것처럼, 애호박도 다음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유인하면서 내가 원하는 위치에 애호박을 맺게 하려고 계속 암꽃과 수꽃은 제거했다.


5월 17일


두 번째 웃거름까지 주었다. 올해 텃밭 작물들의 웃거름은 액비를 주고 있는데 애호박과 잘 맞는 모양이었다. 웃거름을 준 뒤에는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자랐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원하던, 10번째 마디쯤에 암꽃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곁순만 제거하고 그대로 키우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좌 : 5월 19일 / 우 : 5월 24일


남겨 두었던 첫번째 암꽃이 크고 노랗게 피었다. 아침에 하우스 텃밭에 들렀다가 발견한 노란 꽃이 어찌나 반갑던지. 마침 밤호박 하우스에서 수정을 하던 농부님을 불렀다. 어차피 농부님 벌이 밤호박도 수정하고 있으니 애호박도 함께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칙칙~ 두 어번 수정액을 뿌려 주고는 다시 밤호박 하우스로 발길을 돌리셨다.


수정이 제대로 된 건지 하루가 다르게 첫번째 애호박은 커졌다. 꽃이 오므라들기만을 기다렸다. 사이즈가 적당히 커지면 수확을 해야 했다. 첫번째 애호박을 적정시기에 따 주지 않으면 위쪽으로 계속 매달리고 있는 애호박들이 자랄 수가 없었다. 몇 번의 애호박을 키워 낸 경험과 밤호박 농사를 지으면 깨달은 것이었다.



'이만하면 되겠다.'


애호박 길이가 한 뼘 정도 되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모종 두 개에서 첫 번째 애호박을 하나씩 수확했다. 그 뒤로는 신기할 만큼 꾸준했다. 하우스 텃밭에 갈 때마다 잘 익은 연둣빛 애호박 두 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으로 쉽게 꺾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꼭지가 단단했다. 크기를 확인하고는 다시 집으로 가 가위를 가져와야 했다. 매번 두 개씩 따면서도 가위를 챙기지 못해 되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아래쪽에 매달린 애호박은 하나씩 따서 볶음이 되기도 하고, 햄을 넣은 전이 되기도 했다. 된장국에 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첫 수확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벌써 여덟 개를 땄다. 하나둘 쌓이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건조기를 꺼내 말려둘 때가 된 것 같다.


진딧물과 흰가루가 보여 약을 두 번 정도 쳤을 뿐 올해 애호박 키우기는 이상하리만큼 순조롭다. 적당한 때 웃거름을 주고, 순을 정리하고, 기다렸을 뿐인데 애호박은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 비어 있던 마디에 어느새 새로운 암꽃이 달리고, 하나를 수확하면 또 다른 애호박이 자라고 있다.


내일도 하우스에 들르면 수확할 애호박이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또 집으로 가 가위를 가지러 와야 할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 번거로운 일조차 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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