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감자꽃을 보지 못했다

감자(홍감자, 수미감자) 심는 시기부터 수확시기까지 89일의 기록

by농부아내


나의 텃밭에 이른 봄에 제일 먼저 파종하는 작물이 완두콩과 감자였다. 그 중에서 감자는 키우기도 수월해서 매년 잊지 않고 심는다. 감자를 심기로 예정한 날로부터 2~3주 전에 씨감자를 구입해 싹을 틔운다. 싹을 틔우는 동안 밑거름, 살충제, 살균제 등을 뿌린 뒤 땅을 갈아 엎어 밭을 준비한다. 씨감자는 반그늘에서 틔운 싹이 1cm 정도 자랐을 때 심는다.


� 씨감자 싹 틔우는 방법


씨감자는 중부지방은 3월 중하순, 남부지방은 2월 말~3월 초순에 심는다. 한 쪽당 30~50g 정도가 되도록 절단없이 심거나 작은 씨감자는 통으로 심어도 괜찮다. 텃밭이 넓고 다수확을 목표로 한다면 한 쪽당 1~2개의 눈이 포함되도록 절단해 심는다. 올해는 씨감자 크기가 작아 통감자로 심었고, 작년에는 절단해서 심었다.


�씨감자 절단방법


씨감자는 포기간 30cm, 줄 간격 60cm에 맞춰 싹이 난 부분이 위를 향하게 두고 10~15cm 정도로 깊게 심는다. 얕게 심으면 감자가 햇빛을 받아 초록빛으로 변하거나 멍든 감자가 생기기 쉽다.


� 씨감자 심는 방법


감자 싹이 올라오고 한달이 지날 무렵 순이 10cm 안팎으로 자라면 순치기를 한다. 여러 개 올라온 순 중에서 튼튼한 2~3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뿌리까지 뽑아준다. 순치기 한 후 북주기까지 겸해 준다.


� 감자 순치는 방법


감자를 심고 90~100일 사이에 수확한다. 날짜보다 중요한 것은 감자의 상태다. 잎이 누렇게 변하고 줄기가 쓰러지기 시작하면 수확 시기로 본다. 장마 전에 수확을 마치는 것이 저장에도 유리하다.


2026년 감자 재배일지
- 2월 20일 감자심기
- 4월 2일 순치기
- 5월 19일 수확(89일째)






올해는 처음으로 홍감자도 심었다. 그것도 노지가 아닌 하우스에 심었다. 원래 그 하우스는 비만 오면 찰박찰박 물이 고이던 곳이었다. 물기를 싫어하는 감자를 그런 곳에 심는다니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농부님이 하우스 주변으로 물길을 열심히 파 준 덕분에 별 탈 없이 키울 수 있었다.


4월 26일


하우스에 심은 감자는 노지보다 약간 웃자란 듯 키가 크게 자랐다. 처음 해보는 하우스 감자 재배였으니 괜히 이것저것 손대는 것보다 노지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키워보기로 했다. 줄기는 굵었고 잎도 풍성했다. 그 모습을 보고 소쿠리 가득 감자를 담아내는 상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잎만 무성하고 수확은 시원찮을 수도 있었다. 키우기는 수월하지만 수확에 있어서는 호락호락 하지 않은 감자다.


다른 작물들을 보러 하우스에 들렀다가 감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줄기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순간 “벌써 수확 시기인가?” 싶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니 수확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줄기가 뎅강 잘려 있었다. 무언가 열심히 갉아먹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딱 한 줄기만 남기고 끊어 버렸다. 하나라도 남겨준 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노지 텃밭에 감자를 키우면서 한번도 감자꽃을 본 적이 없다. 꽃이 피기 전에 줄기가 먼저 쓰러지고 잎이 노래져 수확을 했기 때문이다. 감자꽃을 따네, 마네 고민하는 분들의 글을 보며 나도 한번쯤 고민해 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하우스에 심은 감자에 꽃망울이 보였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원래도 눈꺼풀 힘이 약해서 눈을 크게 뜨면 이마에 주름이 깊게 잡히는데, 그날만큼은 그런 걸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눈이 커지고 코가 벌렁거리고,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나도 감자꽃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로 가득 찼다.


하지만 꽃이 피기도 전에 진딧물이 퍼지기 시작했고 줄기들은 하나둘 드러누웠다. 감자꽃과의 인연은 그렇게 끝났다.


5월 19일


5월 중순이 되자 감자 줄기들은 제법 많이 누워 있었다. 멀리서 보면 여전히 푸릇푸릇해 보였지만 가까이 가 보니 초록색 대부분은 잡초였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이어진다는 소식이 떴다. 수확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한두개라도 캐서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장갑을 끼고 하우스로 갔다. 처음 감자를 키웠을 때는 줄기를 뽑으면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감자는 땅속 깊은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올해는 줄기를 뽑아도 실망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줄기를 뽑고 흙을 파헤쳤다. 노지에 심었을 때는 수확할 때 모종삽으로 땅을 파느라 감자에 상처가 많이 났었다. 처음 하우스에 감자를 심었을 때만큼은 아니어도 흙이 보슬보슬했다. 장갑 낀 내 손을 모종삽으로 흙을 파헤치니 바로 감자가 보였다. 그 순간 바로 결심했다.


‘다 캐자.’



소쿠리와 대야를 들고 와 본격적으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줄기를 뽑을 때마다 잎에 진딧물이 잔뜩 붙어 있었다. 딱 한 번 약을 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웠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홍감자 크기가 훨씬 커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소쿠리의 올망졸망한 홍감자를 보며 포슬포슬 달달한 맛을 떠올리니 금세 마음이 풀렸다.


수미감자는 홍감자보다 훨씬 잘 자랐다. 대신 수확량은 작년보다 줄었다. 씨감자를 너무 욕심내 심은 탓이었다. 좁은 텃밭에 씨감자 4kg을 꾸역꾸역 다 넣었더니 감자들이 땅속에서 클 공간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큰 감자들이 제법 나왔다. 우리 네 식구 먹기엔 충분했다.



알감자가 많았던 홍감자는 감자조림을 했다. 이 정도면 껍질 벗길 만하다며 하나씩 손으로 깎았다. 너무 작은 감자들은 그냥 삶아 먹었다. 역시 홍감자는 맛있었다. 아이들도 한 입 먹더니 “감자맛이 진해요”라고 했다. 농부님 생일에는 수미감자로 감자미역국도 끓였다.


처음으로 하우스에 심어 본 홍감자와 수미감자에 대해 나는 만족하기로 했다. 감자를 심고 싹이 날 때까지만 아주 가끔 물을 주고, 싹이 난 이후로 물을 준 적은 없었다. 웃거름도 주지 않았고, 병해충 관리도 해 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감자들은 자기 힘으로 꽤 잘 자라준 셈이었다.


올해 나는 감자꽃을 끝내 보지 못했다. 내년 봄에는 감자꽃을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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