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양배추(극조생 미니양배추 꼬꼬마) 모종부터 수확까지 59일의 기록
기후가 변하면서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봄 양배추는 재배기간이 짧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극조생 미니양배추 ‘꼬꼬마’는 텃밭에 머무는 기간이 짧아 봄 재배용으로 추천할 만한 품종이다.
봄 양배추 모종 심는 시기는 낮 기온이 안정되는 3월 중순~4월 중순 사이이다. 모종은 심을 곳의 흙을 파고 구멍에 물을 충분히 흘려 흙을 적신 뒤, 물이 빠지는 것을 확인한 뒤 모종을 넣고 흙으로 덮으면된다. 양배추는 바깥 잎이 크게 자라기 때문에 45~50cm로 넉넉하게 간격을 띄우고 심는 것이 좋다. 꼬꼬마는 잎이 비교적 작은편이라 45cm 간격으로 심어도 무난하다.
일반 양배추는 보통 20일 간격으로 웃거름을 2~3회 준다. 하지만 꼬꼬마처럼 재배기간이 짧은 극조생 품종은 결구가 시작될 무렵 한 번만 웃거름을 줘도 잘 자라는 편이다. 다만 웃거름 횟수는 자람세를 보며 조절하는 것이 좋다.
판매처에서는 아주심기 후 40~50일 정도면 수확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55~60일 정도 키우니 속이 훨씬 단단하고 꽉 찬 상태로 수확할 수 있었다. 다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벌레 피해가 급격히 늘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수확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2026년 봄 양배추 재배일지
- 3월 22일 꼬꼬마 4포기 아주심기(1차)
- 3월 29일 꼬꼬마 4포기(2차) 추가, 캔디 2포기 아주심기
- 4월 16일 웃거름
- 5월 19일 테스트 수확(59일째)
- 5월 25일 1차 아주심기 양배추 모두 수확
텃밭의 이른 봄에 꼬꼬마 양배추를 심기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째다. 처음에는 판매하는 품종이 꼬꼬마 밖에 없어서 심었지만 지금은 맛이 좋아 봄이면 잊지 않고 심고 있다.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으로 힘들어서 양배추를 챙겨 먹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서너개씩 심어서도 사이즈가 작은 양배추 품종이라 금방 다 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일주일 간격을 두고 4포기를 더 심었다. 그때는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텃밭은 내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양배추는 내가 못 본 사이에 훌쩍 자라 아침이면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가끔 텃밭을 둘러보면 자라는 게 눈에 보여 키우는 재미도 있었다. 겉잎이 커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둥글고 단단한 몸을 만들고 있었다.
날짜를 계산해 보면 1차 웃거름을 준 후 5월 5일에 두번째 웃거름을 줘야 했다. 판매처에서 알려준 대로 모종을 심고 50일째에 수확한다면 5월 10일에 거둬들일 참이었다. 첫번째 웃거름을 늦게 준 탓에 수확날짜와 두번째 웃거름 시기가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아 웃거름을 두 번 넣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원래 계산대로라면 5월 10일쯤 수확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하필 일요일이었다. 올해부터 토요일 출근이 시작되면서 일요일은 더 바지런히 일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토요일에 못한 하우스 일을 새벽부터 나가서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밤호박 농사가 먼저라 양배추 수확은 미뤘다. 텃밭은 고된 농사일과 아이들에게 시달린 나를 위로하기 위한 취미생활이었다.
그러다 며칠만에 텃밭에 갔는데 깜짝 놀랐다. ‘미니’ 양배추라기엔 제법 묵직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가장 커 보이는 양배추 하나를 잘랐다. 단단한 밑둥에 칼을 넣는 순간 손끝으로 묵직한 감촉이 전해졌다. 역시 이른 봄에 심었더니 벌레의 흔적도 없고 깨끗하다. 겉잎을 정리하고 반으로 갈라보니 속이 그라데이션처럼 촘촘히 차 있었다. 초록에서 노란빛으로 이어지는 단면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미니양배추 단면을 보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 나의 텃밭생활이었다.
첫 수확이 만족스러워 남은 건 며칠 더 두기로 했다. 다 먹고 천천히 수확하면 되겠지 싶었다. 미니 양배추라 금방 먹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이 알차서 한 통 먹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이른 더위가 지나가고 비가 온 뒤 텃밭에 나가 양배추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에효…” 소리가 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깨끗하던 잎에 벌레 먹은 구멍들이 생겨 있었다. 봄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 같았다. 결국 남아 있던 양배추 3개를 모두 수확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심었던 양배추도 마찬가지였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벌레들이 파먹기 시작했다. 아직 수확을 하진 않았다. 냉장고가 작아서 보관해 둘 곳이 마땅찮았다.
서비스로 받았던 ‘캔디’ 품종은 중만생종이라 아직 밭에 남아 있다. 내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그런지 관심이 덜 간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발길이 뜸한 곳에 심어둔 탓도 있겠지만, 사진첩을 뒤져봐도 캔디 사진은 거의 없다.
처음 심었던 양배추를 수확한 이후 한동안은 정말 양배추 잔치였다. 양배추 찜을 하고, 샐러드를 만들고, 덮밥에도 넣어 먹었다. 네 식구 덮밥 한 번 만들면 꼬꼬마 한 통이 그대로 들어갔다. 그래도 질리지 않았다. 씹을수록 달았다. 특히 찜으로 먹었을 때가 제일 맛있었다. 뜨거운 김 사이로 단내가 올라오는데, 식히는 동안 자꾸 손이 가곤 했다.
텃밭을 가꾸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모든 것은 '타이밍'이었다. 양배추도 첫 수확할 때 모두 수확했다면 벌레 먹은 흔적없이 더 예쁘게 거둘 수 있었을테니말이다. 며칠 미룬 사이 잎에 구멍이 생겼다. 남은 양배추는 벌레들과 나눠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봄 채소는 특히 그렇다. 망설이는 사이 금방 다음 장으로 넘어가 버린다. 올해 양배추는 그렇게 봄이 짧아지고 있다는 걸 다시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서두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