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수박 순치기, 웃거름주는 시기
애플수박은 어미줄기가 아닌 아들줄기와 손자줄기에서 수박이 매달린다. 그래서 초반 순 관리가 중요하다. 모종이 자라 어미줄기가 8~10마디 정도 되었을 때 생장점을 잘라 적심한다. 그래야 더 이상 어미줄기가 길게 뻗지 않고 아들줄기 성장에 힘을 쓸 수 있다. 이후 뿌리 근처에서 여러 갈래 올라오는 아들줄기 중 튼튼한 2개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한다. 어미줄기에서 계속 올라오는 곁순과 꽃들도 함께 정리해 준다.
애플수박은 보통 아들줄기 15~20번째 마디 부근에서 착과한다. 그래서 너무 이른 위치에 생기는 암꽃과 수꽃, 곁순은 제거하며 줄기를 충분히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접하면 순치기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어미줄기를 적심하고, 남겨둔 아들줄기 2개에서 애플수박이 매달리게 만드는 것이다.
웃거름은 아주심기 후 약 20일 무렵 1차로 주고, 이후 자람세를 보며 한 달 간격으로 추가하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2026년 애플수박 재배일지
- 4월 22일 아주심기
- 5월 14일 1차 웃거름
냉해를 입은 듯 했던 나의 애플이들이 어느 순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는 시작부터 꼬이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한번 탄력을 받아 쭉쭉 뻗어나가는 녀석들을 보며 작년의 주렁주렁 매달렸던 애플수박을 떠올렸다. 올해는 세 가지 종류의 애플이를 심어서 다양한 맛의 애플이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는 요즘이다.
첫 번째 웃거름은 액비로 시작했다. 예전엔 늘 요소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아 포대 안 요소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손으로 부숴보려다가 그냥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액비를 희석해 사용하기로 했다. 큰 물조리개에 물을 받고 액비를 섞는데 긴가민가하다. 너무 진한 건 아닐까, 반대로 너무 연한 건 아닐까.
작물들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잘 크면 티가 난다. 잎색이 달라지고 줄기 뻗는 속도가 달라진다. 못 미더운 내 자신보다 텃밭에 이미 액비를 줬던 작물들이 자라는 모양을 보아하니 잘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순을 정리할 차례였다.
제일 길게 뻗어 올라가는 줄기가 어미줄기다. 늘 궁금했다. 왜 ‘본줄기’를 ‘어미줄기’라고도 부를까. 아이를 키우는 건 부모인데 왜 '어미'만 남았을까. '애비'는 도망갔나? 그렇다고 ‘부모줄기’라고 부르면 이상하다. 혼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웃음이 났다. 하우스 안에서는 별 생각이 다 든다.
어미줄기는 열 번째 마디쯤에서 잘라냈다. 여러 갈래로 뻗기 시작한 아들줄기들 중 가장 튼튼해 보이는 두세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잘 자란 녀석들은 3개까지 남겼다.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수확할 때쯤이면 줄기들이 서로 얽혀 정확히 어떤 줄기에서 몇 개가 달렸는지도 모르게 되겠지만, 어쩌면 하나쯤 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어미줄기에서 더 이상 곁순이 나오지 않도록 작은 순들도 모두 정리했다. 이제 막 고개를 내민 연한 곁순은 손톱으로 살짝 긁기만 해도 떨어졌다. 남겨둔 아들줄기 역시 아직은 열매보다 줄기를 키워야 할 시기였다. 그래서 곁순도, 꽃도 모두 제거했다. 피지도 못한 암꽃과 수꽃을 떼어내는데 아주 잠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줄기가 더 길어져야 했다. 작년처럼 그물 위에 애플수박이 주렁주렁 매달리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심은 모종들마다 자람세가 달라 순치기 작업은 며칠에 걸쳐 해야 했다. 빠른 녀석들은 벌써 그물까지 닿았다. 가느다란 줄기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그물 위로 유인해 주는데, 생각보다 힘이 있었다. 웃거름과 꾸준한 곁순 제거 덕분인지 줄기는 계속 뻗어 틈만 나면 그물에 감아 올려 유인해 주었다.
밤호박은 시간이 지나면 줄기가 눈에 띄게 굵어진다. 처음엔 연필 같다가도 어느새 손가락보다 더 굵고 단단해진다. 그런데 애플수박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가 가늘었다. 시간이 지나도 “튼튼해졌다”는 느낌보다 그냥 길어질 뿐이었다.
그게 늘 신기했다. 저렇게 얇고 가느다란 줄기에서 어떻게 단단한 수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릴 수 있을까.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금방 끊어질 것 같은데, 막상 여름이 되면 작은 수박들을 끝까지 매달고 버티곤 했다. 가늘고 길게 가는 애플이를 보면 ‘짧고 굵게’를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가도, 여름 끝자락 주렁주렁 매달린 애플이를 보고 있으면 ‘가늘고 길게’도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