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추(봄 재배) 키우기, 모종심기부터 수확까지 53일의 기록
봄 재배용 양상추를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모종을 아주심기하면 병충해 부담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키울 수 있다. 특히 봄 양상추는 초여름 고온이 오기 전에 결구를 끝내고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비가 오래 이어지면 속부터 짓물러 녹아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잎이 생각보다 크게 퍼지기 때문에 모종은 30~45cm 정도 넉넉한 간격으로 심는 것이 좋다. 심고 난 뒤 뿌리만 안정적으로 내리면 재배는 수월하다. 수확은 아주심기 후 약 50~60일 무렵 가능하며, 결구가 단단하게 차오르면 밑둥을 칼로 잘라 포기째 수확하면 된다.
2026년 양상추(봄) 재배일지
- 3월 22일 아주심기
- 5월 13일 1차 수확(53일째)
- 5월 19일 2차 수확
매년 양상추는 씨앗부터 시작했지만 올해는 모종을 심었다. 싹을 틔우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양상추가 생각보다 예민했다. 특히 수확 타이밍이 중요했다. 수확이 늦어지면 비가 쏟아졌고, 금세 초여름 더위가 들이닥쳤다. 그렇게 며칠만 지나도 속부터 물러지기 시작했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갈라보면 이미 무름병이 와 있었다. 작년 봄엔 특히 심했다. 씨앗은 한참을 공들여 키웠는데 정작 먹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씨앗 대신 모종을 사서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봄이 짧다면, 나도 조금 서둘러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심으려니 또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올해 봄은 유난히 서리가 잦았다. 며칠 동안 일기예보를 들여다봤다. 오늘 심을까, 하루 더 기다릴까. 그렇게 날씨 눈치를 보며 며칠을 보내다가 드디어 괜찮겠다 싶은 날 모종을 심었다. 우리 네 식구 아침에 맛있게 먹기 위해 4개의 모종을 심었다. 바깥 잎이 크게 자라는 걸 알기에 45cm로 널찍하게 띄워 심었다.
며칠 지나자 잎이 조금씩 커졌다. 뿌리를 잘 내린 모양이었다. 봄비도 자주 왔다. 너무 많이 오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직은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내가 물조리개 들고 왔다 갔다 할 일이 줄어들었다. 비 맞고 난 다음 날이면 잎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그 뒤로는 하우스 일이 바빠져 잊고 지냈다. 어느 날 문득 보니 잎이 안으로 말리기 시작했고, 가운데가 천천히 동그랗게 차오르고 있었다. 내가 하우스에서 밤호박과 씨름하는 사이, 양상추는 어느새 단단한 공처럼 몸을 말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며칠은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조급해졌다. 양상추는 너무 기다리면 안 된다는 걸 이미 몇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구가 된 뒤로 비가 자주 오진 않았는데 초여름의 고온이 찾아왔다. 속에서 습기가 차올라 짓물러지기 쉽기 때문에 수확 타이밍을 놓치면 아침에 먹을 게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져보니 단단함이 손끝에 느껴졌다. 결국 하나를 먼저 수확했다. 칼로 밑둥을 잘라 들어 올리는데 묵직했다. 겉잎을 한 장씩 벗겨내자 안쪽의 단단한 양상추가 드러났다. 생각보다 훨씬 잘 자라 있었다.
먼저 수확한 양상추를 다 먹고 나머지를 수확하고 싶었지만, 비 예보가 떴다. 미뤘다가 속이 물러버릴까 비 오기 전날인 5월 19일에 나머지도 마저 수확했다. 하나씩 잘라낸 양상추를 모아두고 보니 흐뭇했다. 올해는 타이밍이 좋았다.
수확한 양상추는 냉장고 한 칸을 금세 채웠다. 작은 냉장고 안에 어떻게든 구겨 넣으면서도 기분은 묘하게 좋았다. 불편한데 행복했다. 수확한 양상추는 매일 아침 아삭한 신선함을 식구들에게 선물해 주고 있다.
봄이 짧아진 탓에 양상추가 텃밭에 머무는 기간도 짧아졌다. 잠깐 방심하면 금세 물러져 식탁에 올릴 것이 줄어든다. 그래도 씹을수록 올라오는 그 단맛이 좋아서, 내년 봄에도 텃밭 한쪽엔 또 양상추를 심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