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마음 끝에 다시 차오른 기대

봄 당근 키우기, 줄뿌림 후 솎음과 웃거름 시기

by농부아내


봄 당근은 싹이 올라온 뒤부터 손이 좀 가는 편이다. 특히 줄뿌림으로 파종했다면 솎음 작업이 중요하다. 너무 촘촘하면 뿌리가 굵어지지 못하고 서로 밀어내며 비틀어진다. 보통 본잎이 2~3장 나왔을 때 1차 솎음을 하고, 이후 생육 상태를 보며 2회 정도 더 솎아 최종 간격을 10~15cm 정도로 맞춰준다. 15~20cm 간격으로 점뿌림으로 심었다면 한 자리당 가장 튼튼한 하나만 남기면 된다.


웃거름은 파종 후 약 한 달쯤 지나 1차로 주고, 이후 20일 간격으로 2회 정도 추가하면 안정적으로 자란다. 다만 텃밭 규모라면 꼭 교과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밑거름을 충분히 넣었고, 토양 상태가 좋다면 웃거름 없이도 어느 정도 수확은 가능하다. 오히려 너무 욕심내 비료를 많이 주면 뿌리 갈라짐이나 잎만 무성해지는 경우도 있다. 솎음과 웃거름 시기를 함께 맞추면 손이 덜 간다는 점도 작은 팁이다.


2026년 봄 당근 재배일지
- 3월 13일 파종
- 4월 15일 1차 솎음
- 5월 8일 2차 솎음






당근싹이 고개를 내미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새로운 곳에 당근을 키우는 거라 씨앗을 뿌리던 날만 해도 들떠 있었다. 애정을 듬뿍 가지고 파종했지만 늦은 싹과의 만남에 기대감이 사라졌다. 싹이 나오긴 했으나 식어버린 마음에 큰 기대가 없던 당근이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비를 양분삼아 쑥쑥 자랐다.


4월 15일 솎음 전과 후


텃밭에 물을 주러 갈 때마다 무심한 척 훑어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 “이제 솎아야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종 후 거의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멀칭 비닐은 두둑 옆으로만 덮여 있어서 당근 사이에는 잡초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줄뿌림은 늘 그렇다. 당근만 키우는 게 아니라 잡초도 함께 기르게 된다.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당근 사이 간격을 벌려주었다. 조금 촘촘하다 싶은 정도로만 솎았다. 막상 뽑고 나면 허전해서 욕심이 생긴다. ‘조금만 더 두어볼까.’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남겨둔 당근들은 결국 서로 몸을 밀어내며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솎음이 끝났으니 이제 웃거름을 줘야했다. 액비를 희석하려면 비율을 맞춰야 했다. 큰 통에 물을 받고 비료 뚜껑으로 계량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귀찮았다. 작은 물조리개에 한두 방울만 떨어뜨리면 되지 않을까 잠깐 고민도 했다. 스포이드라도 하나 있으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올해 당근은 웃거름 없이 키우기로 했다.


‘내가 키워 내가 먹을 건데, 조금 작으면 어때.’

포기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공간을 넓혀 주자 초록 줄기가 길어지고 잎은 풍성해졌다. 바람이 불면 잔머리 많은 아이들처럼 한꺼번에 흔들렸다. 그런데 보기 좋은 것과 별개로 빼곡하게 늘어선 당근을 보고 있으니 내 속이 답답했다. 두 번째 솎음을 해야 했지만 계속 미뤘다. 비 오고 난 뒤 해야 흙이 부드러워 잘 뽑히는데, 비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자주 내리던 봄비는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멈췄다. 이름 그대로 봄에만 머물다 갈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이 상태로 그냥 수확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이 올라올 즈음, 뒤늦게 두 번째 솎음을 했다.



검지 손가락 간격만큼 띄우고 사이에 있는 당근을 뽑았다. 역시 늦었다. 예년 같았으면 아직 실처럼 가늘었을 두 번째 솎음 당근이 올해는 생각보다 제법 컸다. 한 무더기 나온 솎아낸 당근을 보고 있으니 뭐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언제나 고민은 잠깐이다. 빠른 포기로 모두 잡초를 덮는 멀칭의 일부가 되었다.



두 번째 솎음 이후에도 비는 자주 오지 않았다. 웃거름도 결국 제대로 주지 못했다. 방울토마토에 액비를 주고 조금 남은 날, 그 남은 걸 당근 쪽에 슬쩍 뿌려준 게 전부였다. 사실상 웃거름 없이 키우는 셈이다. 당근을 심으며 이렇게까지 손을 놓은 해는 처음이었다. 올해 당근이 어떤 모양과 크기로 수확될지 파종할 때 가졌던 기대가 다시 차오르고 있다. 시기에 딱딱 맞춰 키워오던 당근보다 마음을 내려놓고 키운 올해 당근이 더 기대가 큰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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