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밭에서도 오이와 애호박은 다르게 자랐다

오이와 애호박 웃거름 시기, 곁순 제거와 첫 착과 관리

by농부아내


오이(백다다기, 가시오이)와 애호박(마디호박)은 종류에 따라 재배 방식이 달라진다. 백다다기와 가시오이, 그리고 마디호박은 원줄기 재배 방식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원줄기 재배는 본줄기, 즉 어미줄기에 열매를 달리게(착과) 하는 방식이다. 착과 위치 이전까지 올라오는 곁순과 착과 암꽃, 수꽃은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아 줄기 성장에 도움이 되고 이후 안정적으로 착과시킬 수 있다.


오이와 애호박 모두 첫 번째 열매는 보통 6~10번째 마디 사이에서 착과시키는 편이다.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열매가 자랐을 때 땅에 닿지 않을 높이에서 첫 착과를 시작하면 관리가 수월하다.


오이와 애호박의 웃거름 주는 시기는 모종을 심고 15~20일 경과시점이다. 이후 15~20일 간격으로 2~3회 정도 추가로 주면 자람세에 도움이 된다. 날짜에 맞춰 웃거름을 주기도 하지만, 초반 자람세에 따라 착과될 암꽃이 필 때쯤 1차 웃거름을 줘도 괜찮다.


2026년 오이, 애호박 재배일지
- 4월 8일 아주심기
- 4월 29일 1차 웃거름(22일째)
- 5월 17일 2차 웃거름(1차 이후 19일째)



4월 29일


오이 모종을 심고 떡잎이 노랗게 변해서 깜짝 놀랬다. 모종이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일 물을 조금씩 자주 줬더니 나의 애정이 과했던 것 같았다. 2~3일 물주기를 멈췄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오이 잎 색이 다시 짙어지며 커졌다. 줄기도 자라기 시작했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작물에게도 필요함을 배운 시간이었다.


자리잡으면서 과도한 나의 애정탓에 고생을 한 것 같아 느린 성장속도에 불을 붙이기로 했다. 액비를 물에 희석해 물조리개로 천천히 부었다. 뿌리 주변 흙이 촉촉하게 젖는 걸 보며 이번에는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주려고 신경을 썼다.


그런데 오이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손바닥 한 뼘 같은 키의 오이에 벌써 암꽃이 보였다. 꽃이 핀 건 아니었지만 이대로 두면 곧 피어날 기세였다. 순간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아직 줄기도 충분히 굵지 않은데 열매부터 달리면 제대로 클 수 있을까 싶었다. 생장점을 건드릴까봐 조마조마했지만 하나씩 살살 제거했다. 내가 원하는 위치까지 키를 올리려면 지금은 열매보다 줄기가 먼저였다. 이후에도 텃밭에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암꽃과 곁순은 계속 정리했다.


5월 17일


웃거름 덕분인지 오이는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보니 줄기가 제법 길어져 있었다. 농부님께 부탁해 하우스 위쪽에 감아 두었던 그물을 풀었다. 팽팽하게 당겨 고정하고 오이 줄기를 집게로 하나씩 유인했다.


작년에 사용했던 페트병 급수기도 다시 꺼냈다. 뿌리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꽂고 물을 채웠다. 두 번째 웃거름은 액비를 희석해 급수기에 부었다. 오이가 매달리기 전이라 물 수발을 하려면 아직이지만, 이른 한낮 더위에 요즘은 작년보다 더 자주 물을 주고 있다.


아직 내가 생각한 착과 위치까지는 조금 더 자라야 한다. 줄기가 그물 위를 더 올라가고, 열 번째 마디쯤에 첫 오이를 달게 해줄 생각이다. 요며칠 이른 무더위에 시원한 오이냉국 생각이 나서 자꾸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쭉쭉 좀 커라.’


4월 29일


반면 애호박은 달랐다. 심고 나서 뿌리를 내리는 동안은 조용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잎을 넓게 펼쳤다. 며칠 사이에도 크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오이가 조심스럽게 하나씩 확인하며 자라는 타입이라면 애호박은 그냥 밀어붙이며 내달리는 스타일 같았다. 그런 스타일이라 웃거름을 늦게 줘도 될 것 같았지만 오이에 주면서 함께 액비를 주었다. 웃거름을 주면서 곁순도 제거했다.


5월 17일


웃거름을 준 뒤부터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자랐다. 어제 본 잎보다 오늘 잎이 더 크고, 오늘 본 줄기보다 내일 줄기가 더 길었다. 오이보다 먼저 그물 위에 올라탔다. 페트병 급수기도 설치했는데, 오이처럼 개별로 두지 않고 가운데 하나만 놓았다. 워낙 생명력이 좋은 녀석들이라 왠지 그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던 애호박 줄기가 10마디가 넘게 자랐다. 드디어 암꽃을 매달아도 될 위치에 도달했다. 그때부턴 암꽃과 수꽃은 남기고 곁순은 모두 제거했다. 이제 곧 암꽃이 필 것 같다.




오이와 애호박을 보며 나의 딸들을 떠올린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1번과 호기심 천국의 2번. 같은 집에서 자라도 성격은 이렇게 다르다. 누구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움직이고, 누구는 일단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키우는 방식도 달라진다. 더 지켜봐야 하는 순간이 있고, 마음껏 뻗어나가게 둬야 하는 순간도 있다.


텃밭도 육아도 결국 비슷한 것 같다. 조급한 마음으로 자꾸 손대면 오히려 힘들어하고, 스스로 자랄 시간을 기다려주면 어느새 제 방식대로 올라선다.


그래도 사춘기 자녀보단 텃밭 작물의 기다림이 더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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