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느라 꽃부터 피운 가지

가지, 방울토마토 웃거름시기, 첫 꽃 제거

by농부아내


작은 텃밭에서 웃거름이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건강한 생육과 만족스러운 수확을 원한다면 꼭 챙겨주는 편이 좋다. 가지와 방울토마토도 마찬가지이다. 웃거름을 주기로 결정했다면, 모종을 심고 15~20일 경과 시점에 1차, 이후 20일 간격으로 1~2회 정도 추가로 주면 생육에 도움이 된다. 다만 자람새가 눈에 띌 정도로 초반 생육이 충분하다면 첫 웃거름은 착과를 위한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주어도 된다.


가지와 방울토마토의 첫 꽃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열매보다 줄기와 뿌리를 튼튼하게 키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린 포기에서 꽃과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영양분이 그쪽으로 먼저 몰려 성장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첫 꽃을 제거하고 곁순도 함께 정리해 주면 이후 훨씬 안정적으로 자란다.


2026년 가지, 방울토마토 재배일지

- 4월 16일 아주심기

- 5월 4일 1차 웃거름(19일째)






올해 가지와 방울토마토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내 성급함이 문제였다. 3월 말, 낮기온이 제법 올라가는 걸 보고 이제 정말 봄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 두 작물의 모종을 심었다. 밤기온이 낮아도 버티는 걸 보며 ‘생각보다 강하네’ 싶었다. 그런데 늦서리 한 번에 무너졌다. 새벽 기온이 크게 떨어진 다음 날, 가지 잎 색이 변했다. 며칠 지켜봤지만 결국 쓰러졌다. 방울토마토도 버티지 못했다.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계속 확인했다. 이제는 괜찮을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지난 4월 16일에 방울토마토와 가지, 두 작물 모두 다시 심었다.


5월 4일


구부러진채 심어진 방울토마토는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들고, 하루가 다르게 줄기가 펴지고 키가 커졌다. 반면 가지는 더뎠다. 잎도 크게 늘지 않았고, 키도 좀처럼 자라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이쯤에서 훨씬 속도가 붙었을 텐데 또 잘못될까 걱정만 늘고 있었다. 한번 수난을 겪은 탓인지 가지키우는 일이 이렇게 신경이 많이 쓰였나 싶을 정도로 자주 들여다 보았다.


결국 웃거름을 주기로 했다. 이 상태로는 초반 생육이 너무 약해 보였다.

웃거름을 주려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돌처럼 굳어버린 요소였다. 결국 액비를 쓰기로 했다. 올해 텃밭 작물의 웃거름은 모두 액비로 해결해야할 것 같다. 파란색 물조리개에 물을 받고 액비를 조금 섞었다. 너무 진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묽지도 않게 눈대중으로 맞췄다. 큰 물조리개에서 다시 작은 물조리개로 옮겨 담아 가지와 방울토마토 주변에 천천히 부었다.


사실 하면서도 늘 긴가민가하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건지, 너무 약한 건지, 아니면 괜히 뭔가 더 악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한번 수난을 겪고 나니 작은 선택 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좌 : 5월 4일 / 우 : 5월 12일(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에도 희석한 액비를 주었다. 웃거름을 주던 날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사실 첫 꽃은 아니다. 모종을 심을 때 꽃이 매달려서 택배가 도착해 제거하고 심었다. 그러니 두번째 꽃이긴 하다. 지금은 뼈대를 튼튼하게 만드는 기초공사 시즌이기 때문에 꽃은 제거했다. 곁순은 텃밭에 들러 살펴볼 때마다 눈에 띄는 족족 꺾었다. 웃거름 이후 방울토마토는 키가 조금씩 자라 미리 꽂아둔 지주대에 끈으로 묶어주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살짝 고정하는데, 아직은 줄기가 가늘어 묶는 손도 조심스러웠다.



가지는 달랐다.

웃거름을 준 뒤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혹시 이번에도 내 판단이 잘못된 건 아닐까 싶었다. 액비를 준 것도, 다시 심은 시기도, 전부 다. 또 한번 수난을 겪을까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키가 크기도 전에 꽃이 먼저 피었다.


이를 어째.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졌다. 버티기에도 벅찬 환경이라 더 크기 전에라도 꽃을 피우려는 것 같았다. 아직 버틸 힘도 없는데 꽃부터 피우는 건 위태로운 일이었다.


내 생애 가지꽃을 처음 봤던 2023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올해 본 가지꽃은 조금 다른 마음이었다. 버티느라 피워낸 꽃 같아서 안쓰러웠다. 결국 꽃을 꺾었다. 내 판단 때문에 버티느라 애쓰는 가지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한여름 같은 볕 아래서 가지도 조금 안심하고 자랐으면 좋겠다. 곁순도 늘리고, 더는 버티듯 꽃부터 피우지 않아도 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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