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웃거름 주는 시기와 북주기 하는 이유
대파는 다비작물이라 거름을 좋아한다. 심기 전에 밑거름을 충분히 넣어주면 초기 생육에 도움이 되고, 심은 뒤에도 주기적으로 웃거름을 주어야 잎이 굵고 튼튼하게 자란다. 대파 웃거름 주는 시기는 아주심기 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후에는 한 달 간격으로 수확 전까지 주기적으로 조금씩 나누어 준다.
웃거름을 줄 때 함께 하는 작업이 바로 북주기다. 북주기는 주변 흙을 긁어 모아 덮어주는 작업인데, 대파가 쓰러지는 것을 막아주고 하얀 부분인 연백부를 길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백부는 흙에 덮여 햇빛을 받지 못한 부분이라 초록 잎 부분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그래서 전문농가에서는 연백부가 길고 굵은 대파를 상품성이 높은 대파로 본다. 텃밭에서도 북주기를 해주면 마트에서 보던 대파처럼 하얀 부분이 긴 대파로 키울 수 있다.
2026년 대파 재배일지
- 2월 11일 20구 파종
- 3월 11일 잎자르기
- 3월 31일 아주심기
- 4월 29일 1차 웃거름
올해 대파는 큰 기대가 없다. 밑거름을 하지 않고 심은 데다가 자주 들여다보질 못했다. 농번기가 시작되니 텃밭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잠깐 들러 상태만 확인하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고, 그러는 사이 잡초는 대파보다 더 빠르게 자랐다.
웃거름을 주기 위해 대파가 심어진 곳에 갔던 날, 먼저 눈에 띈 건 대파보다 잡초였다. 한숨 먼저 나왔다. 대파 모종 심을 당시 내 체력의 한계와 부족한 비닐을 가지러 창고까지 가기 싫어 무멀칭으로 심었다. 그렇게 나의 귀찮음이 불러온 풍경이었다.
결국 웃거름을 주기 전에 잡초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농번기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텃밭에서 한참을 쪼그려 앉아 풀을 뽑고 있으려니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그래도 그동안 텃밭 가꾸며 일취월장한 것이 잡초뽑기 능력이라(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손을 빠르게 놀렸다.
잡초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웃거름을 주려고 창고에 갔다. 돌덩어리가 된 요소가 그제사 생각났다. 지난번 양배추 웃거름 줄 때는 농부님이 손을 써줬지만, 지금 농부님은 집에 안 계신다. 결국 요소는 포기하고 액비를 물에 희석해서 주기로 했다. 물조리개에 액비를 조금 섞어 뿌리 주변으로 흠뻑 주었다. 사실 하면서도 긴가민가했다.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양은 맞는 건지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웃거름을 준 뒤에는 북주기를 했다. 그런데 흙 상태가 또 문제였다. 비가 몇 번 오고 난 뒤라 표면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그냥 긁어서는 흙이 올라오질 않아 모종삽으로 찍듯 파낸 뒤 덩어리를 잘게 부셨다. 그렇게 부순 흙을 대파 주변으로 쓸어 모아 덮었다. 생장점까지 묻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손으로 톡톡 눌러가며 모양을 잡았다. 흙이 자꾸 흘러내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대파의 초록 잎보다는 하얀 부분이 맛이 좋아 길게 만들고 싶어 매년 북주기는 잊지 않고 해준다.
웃거름을 주고 비도 몇 번 내렸으니 이제는 눈에 띄게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지나 다시 본 대파는 생각보다 큰 변화가 없었다. 잎이 확 굵어진 것도 아니고 키가 갑자기 자란 것도 아니었다. 예년에 키웠던 대파보다 확실히 성장세가 느렸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다 실파 정도만 수확하는 거 아닐까 싶은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또 한편으로는 대견했다. 밑거름도 없이 시작했고, 잡초 사이에서 버텼는데 이 정도라도 살아남아 초록 잎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부족한 흙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작물들을 보고 있으면, 느려도 멈추지 않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배우게 된다.
잡초 또 뽑아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