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맛을 심었습니다

깻잎(잎들깨) 모종 심는 시기

by농부아내


깻잎을 텃밭에 몇 개만 키울 생각이라면 씨앗보다는 모종을 심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깻잎은 따뜻한 기온을 좋아하는 작물이라 늦서리가 지나가고 낮기온이 충분히 오른 뒤에 심는 것이 좋다. 보통 5월 초순부터 심기 시작하는데, 지금이 딱 적기다. 병충해를 줄이고 통풍이 잘 되게 하려면 포기 사이를 25~30cm 정도 띄워 심는 것이 좋다.


20206년 깻잎 재배일지
-4월 22일 모종심기




상추 위에 깻잎 한 장 올리고, 고기 한 점에 마늘이나 청양고추를 취향껏 얹어 와앙~ 먹으면 입 속에서 천국이 느껴진다. 쌈에 빠질 수 없는 깻잎이지만, 여름에 먹는 깻잎김치는 밥도둑이다. 적당히 숨이 죽어 양념이 스며든 깻잎 한 장을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이 딱히 필요 없다. 쌀밥이든 잡곡밥이든 상관없다. 밥 한 공기는 순삭이다.


그렇다. 텃밭에 깻잎을 심는 이유는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고 잘 키워 잡아먹기 위해서다. 직접 키운 깻잎은 마트에서 사 먹는 깻잎과 향부터 다르다.여름 햇빛과 바람을 잔뜩 머금은 그 향을 잊지 못해 올해도 깻잎을 심었다.



열무를 수확하고 나니 초록이 풍성하던 텃밭이 허전해져 뭐라도 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어 있는 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 보면 나도 농부가 다 된 것 같다. 모종을 구입하던 온라인을 휘익 둘러보니 계획에서 뺏던 작물이 눈에 보였다. 바로 깻잎이었다. 이제 슬슬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니 심어도 될 것 같아 바로 주문했다.


택배는 하루만에 도착했다. 깻잎 모종을 볼 때마다 늘 같은 궁금증이 생긴다. 이걸 하나씩 분리해서 심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한 덩어리째 심는 건지 모르겠다. 매년 궁금하다. 사실 검색하면 금방 나올 것이다. 요즘은 검색보다 AI에 물어보는 게 더 빠를 때도 많다. 급똥만큼 정말 궁금했다면 바로 찾아봤을텐데, 이건 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냥 ‘에이, 올해도 이렇게 심지 뭐’ 하고 넘겨버렸다. 작년에도, 그 전에도 덩어리로 심어도 무리없었다. 익숙함이라는 건 무섭다. 귀찮음을 꽤 자연스럽게 포장해준다.


4월 22일


열무가 심어져 있던 자리의 흙은 보슬보슬하지 않고 돌덩어리처럼 뭉쳐 굳어 있었다. 모종삽으로 부수고 적당히 흙을 덜어내 모종을 넣었다. 흙으로 다시 덮어주고 물을 듬뿍 주었다. 그런데 모종을 심고 며칠 동안 아침 기온이 꽤 낮았다. 하우스에 새벽출근을 할 때 두터운 옷을 껴입어야 할 정도였다. 혹시 냉해 입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특히 깻잎은 따뜻한 걸 좋아하는 작물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녀석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축 늘어질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자 멀쩡하게 잎을 세우고 있었다.


5월 10일


텃밭에 자주 나가보진 못하지만 갈 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깻잎은 실망스러웠다. 잎이 풍성해져 있으리란 기대로 깻잎을 살펴보지만, 성장이 느린 듯 했다. 스쳐 지나가며 볼 때마다 ‘왜 이렇게 안 크지?’ 싶었다. 혹시 뿌리가 자리를 못 잡은 건 아닐까 괜히 걱정도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작은 새잎들이 올라와 있었다. 선명한 초록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새잎들을 하나둘 늘려가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다. 밤기온만 조금 더 올라주면 금방 커질 것 같은데. 아직은 손바닥보다 작은 잎이지만 머릿속은 벌써 여름 식탁으로 가 있다. 얼른 풍성해져 여름의 맛을 느끼고 싶다. 깻잎이 주는 맛은 쌈채소가 주는 그 맛과는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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