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 40일에 뽑았어야 했다

얼갈이 수확시기

by농부아내


텃밭에 머무는 기간이 짧은 작물 중 하나인 얼갈이는 봄과 가을에 재배가 가능하다. 춘분(3월 20일) 전후로 파종하면 벌레 피해없이 깨끗한 얼갈이 배추를 수확할 수 있다.

줄뿌림이나 점뿌림으로 파종한다. 줄뿌림은 20cm의 줄간격으로 만들어진 두둑에 얕게 골을 파고 2~3cm 간격으로 파종한다. 자람새에 따라 최종 20cm 간격이 될 때까지 솎음을 해 준다. 점뿌림은 20cm 간격으로 한 구멍당 2~3개의 씨앗을 심고 자람새에 따라 솎아주면 된다.

얼갈이 수확시기는 파종 후 30~40일경이다. 자라는 도중 수확도 가능하다. 잎이 적당히 커졌을 때 뽑아서 여린 얼갈이로 국을 끓이거나 밑반찬을 만들면 맛있다.


2026년 얼갈이(봄) 재배일지
- 3월 13일 파종
- 4월 1일 솎음
- 5월 1일 수확(파종 후 50일째)






성질급한 내가 씨앗을 뿌리고 빠르게 수확할 수 있는 작물로 선택한 것이 얼갈이, 열무, 래디시다. 셋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얼갈이다. 밑반찬도 만들고, 국을 끓일 수도 있고, 김치도 담을 수 있으니 활용도가 좋다. 그래서 올해 봄 텃밭에 열무보단 얼갈이를 더 많이 파종했다.


좌 : 3월 19일 / 우 : 3월 22일


이른 3월이라 싹이 나올까 싶었지만 반짝 봄이 온 듯 따뜻했던 3월 13일에 파종했다. 쌈채소들과 함께 파종하고 매일 물을 주며 고개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무보단 느렸지만 일주일이 지나 노랗게 올라오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작은 노란 빛을 보고도 이제는 놀라지 않는다. 금세 초록으로 바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조바심 때문에 막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녀석들을 발견했을 뿐이다.


몇 번의 비를 맞고 적당한 햇살과 바람에 모두 고개를 내밀고 초록 점들이 생겼다. 점들이 점점 커지는 걸 느꼈지만 하우스 일에 치이고 나면 텃밭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좀더 키워 국을 끓여 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크기만큼 키웠을 땐 더 시간빼기가 힘들 것 같아 적당히 자랐을 때 솎음을 했다.


열무도 하나씩 솎으려니 너무 많이 파종했다 싶었는데, 얼갈이도 마찬가지였다. 활용도가 높아서 열무보다 더 많이 파종했으니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는 어쩔 수 없었다. 한 구멍당 하나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았다. 개중에는 뽑아버리기엔 아까운 녀석들도 있어서 한 구멍에 두 개씩 남겨두기도 했다.


4월 20일


그 뒤로는 속도가 붙었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매일 보지 못하니까 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텃밭에 갈 때마다 잎이 커져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이미 ‘수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달력에 적어 둔 "얼갈이 수확예정(40일)"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지만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도저히 텃밭에 나갈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좀더 키워서 시간될 때 수확하자.

이것도 경험이지 뭐.'


5월 1일


4월 29일에 국을 끓이려고 얼갈이 4포기를 뽑았다. 흠집하나 없던 얼갈이 잎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겨우 시간을 낸 것이 씨앗을 뿌리고 50일째 되던 5월 1일이었다. 마침 공휴일이라 아이들도 집에 있고, 농부님이 하우스 일도 도와줘서 작업이 빨리 끝났던 날이었다. 주작물인 밤호박 키우는 일이 우선순위이다보니 텃밭은 늘 이런 식이었다. 내가 준비된 날이 아니라, 상황이 허락해야 돌볼 수 있었다.

들고갔던 대야에 위로 쌓고도 많아서 하나 더 들고 왔다. 내 욕심이 과했던 것이 아닐까. 실하게 잘 자란 얼갈이를 하나씩 뽑으면서 뿌듯함도 있었지만 걱정도 함께 밀려왔다.


수확해 여러번 물에 씻어 반으로 잘랐다. 늦은 수확 때문인지 제법 속이 찼다. 확실히 한 구멍에 두 개씩 남겨 둔 것은 여리고 마트 판매하는 얼갈이처럼 길쭉하게 자랐다. 하나씩 남겼더니 사이즈는 큰데 억세게 자랐다.

수확한 얼갈이의 반은 김치를 담기 위해 소금에 절였다. 나머지의 반은 국거리로 쓰기 위해 삶아서 된장에 무쳐 냉동시켰다. 이렇게 해 두면 국 끓일 시간이 없을 때 빠르게 끓일 수 있다. 두 번 정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반은 밑반찬을 만들었다. 아삭한 푸르름이 식탁에 올랐다.






씨앗을 뿌릴 때마다 나는 늘 같은 기대를 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매번 다르다. 그 다름이 쌓여서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다시 다음 계절로 이어진다. 이번 얼갈이도 그렇게 지나갔다. 빠르게 자라는 작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물론 나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생긴 결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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