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언내추럴’
‘언내추럴’은 2018년 TBS에서 방영된 일본 드라마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드 중 하나다.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을 다루는 UDI(Unnatural Death Investigation) 라보(Lab)를 배경으로 한다. UDI 라보는 사인이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과 조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는 이곳에서 일하는 법의학자다. 매회 하나의 죽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사고사나 자살로 보였던 사건에서 예상하지 못한 단서가 발견되기도 하고,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보였던 죽음에 다른 사연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미코토와 동료들은 시신에 남은 흔적과 여러 자료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하나씩 찾아간다. 죽은 이가 마지막 순간에는 억울함이 없도록.
미코토와 함께 UDI 라보에서 부검을 담당하는 사람이 ‘나카도 케이’다. 미코토보다 먼저 UDI에서 일한 선배 법의학자로, 실력은 뛰어나지만 성격은 까칠하고 괴팍한 편이다. “젠장” 하는 욕지거리를 입에 달고 살아 주변인물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미코토와는 성격도 다르고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중요한 재미 중 하나다. 처음에는 성격 나쁜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줄곧 슬픈 사람이었다는 것이 반전.
미코토의 친구이자 동료인 ‘쇼지 유코’도 빼놓을 수 없다. UDI 라보의 임상병리사인 유코는 미코토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처럼 지내는 인물이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나 일상의 모습이 등장하면서 드라마에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미코토와 유코의 관계를 조명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 일뿐이지 하는 두 명이지만 언내추럴을 정주행 다하고 보면 둘은 쏘울메이트 같다.
이처럼 언내추럴은 미코토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서로 다른 성격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을 함께 풀어나가는 드라마에 가깝다. 법의학이라는 소재 때문에 무거운 이야기만 이어질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 사이의 현실적인 대화와 유머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생각보다 편하게 볼 수 있다. 매 화 서로 다른 여운과 재미를 주면서도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가 있는 이중구조인데 ost도 그 유명한 요네즈 켄시의 ‘Lemon’. 극 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 lemon의 ‘夢ならばどれほど良かったでしょ(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가 흘러나오면 눈물이 났다. 음악을 참 적재적소에 잘 썼고 화면도 예쁘다.
언내추럴에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스토리가 있어 소중하지만, 내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역시 미코토다. 자신의 일에는 꼼꼼하고 진지하지만 일상까지 무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다.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무거운 사건을 다루고,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되지 않고 계속해서 시련이 닥치지만 그 와 별개로 미코토가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현실적이고 유쾌하다. 우울과 절망에 파묻히지 않고 또렷한 목적의식 속에 주변과 함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우리의 미코토!! 그리고 주변에서 ‘당연히 ~한 거 아냐?’ 하면 ‘과연 그럴까?’를 늘 생각하는 미코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때로는 자기 자신을 내던질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몰입하며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내는 모습은, 직업인으로서 닮고 싶을 정도다. 절망 속에서도 찾아내는 희망, 아무리 힘들 때에도 결국 좋아질 거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주기적으로 재탕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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