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제 뭐 먹었어?'
40대 중반의 변호사 시로와 미용사 켄지가 저녁이면 집에서 함께 맛있는 밥을 지어먹는다. '어제 뭐 먹었어?'는 커플이 맛난 걸 헤먹는 일상 드라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로와 켄지가 둘 다 남자로, 동거 중인 게이 커플이라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자극적으로 보여주기보다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하고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만화 원작인데, 원작 만화는 누적 발행부수 765만 부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드라마 역시 방송 직후 트위터 월드 트렌드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극적인 사건도, 거창한 갈등도 없이 두 사람이 요리하고 밥을 먹는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그런데 나 역시 생각날 때마다 한 편씩 다시 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에는 분명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시로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지 않은 미중년 변호사다. 켄지와 함께 늙어갈 준비를 하며 노후자금을 모으기 위해 10엔이라도 더 싼 계란을 찾아다니는 알뜰한 절약가 이기도 하다. 요리를 잘하고 즐기는 시로와 달리 켄지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지 않고, 행동이나 패션 역시 남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성격은 꽤 다르지만 식탁에서는 잘 어울린다. 시로가 만든 전골이나 닭날개 간장조림, 솥밥 같은 소박한 가정식이 식탁에 올라오고, 켄지는 그것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다. 요란스럽게 감탄하는 켄지를 보며 시로가 조용히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요란한 사건이 없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시로는 일은 월급 받을 만큼만 하고 6시면 퇴근한다. 슈퍼마켓에 들러 그날 필요한 식재료를 사고, 제철 재료로 저녁을 만들어 먹는다. 식비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어 불필요한 사치를 하지 않는다.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줄어들기 때문에 심란한 일이 있을 때도 부엌에 서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만드는 요리도 일식, 양식, 중식 등 다양하고 잼이나 베이커리 류를 만드는 장면도 나온다. 요리과정이 꽤나 사실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시로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는 사람들의 인증샷도 많다. 나도 그의 레시피를 따라 토마토 닭다리살 스튜를 따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 상남자 배우로 꼽히는 '우치노 세이요'와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커플로 등장해 펼치는 케미스트리도 흥미로운 지점. 그리고 시로, 켄지와 비슷한 처지의 동성커플들이 등장해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동성커플로서의 어려운 점들도 짚어주는 등 현실적인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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