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래서 저는 픽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뜨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는 픽했습니다'의 주인공 '아이'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이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SNS에는 잘나가는 남자친구와의 행복한 사진만 올린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했던 아이는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우울한 시간을 보내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우연히 휴대폰을 주운 사람을 만나러 간 곳에서 지하 아이돌 ‘서니 사이드업’의 공연을 보게 된다.
아이의 눈에 들어온 멤버는 '하나'였다. 춤도 노래도 다른 멤버들보다 부족하고 무대에서도 유난히 소심한 하나에게 아이는 괜히 화풀이를 한다. 그런데 얼마 뒤 다시 찾은 공연장에서 하나가 여전히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남들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며 자신없게 살아왔던 자신과,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하나가 겹쳐 보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아이는 하나를 전력으로 응원하는 오타쿠가 된다. 처음에는 지하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친구들에게 말하기 어려워했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면을 세워주고 싶어서 그녀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쇼핑몰 공연에 찾아가 열렬히 응원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사람이 이제는 누가 보든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 아이돌이라는 소재도 독특했지만(긍정적인 면도 어두운 면도 조명한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잘됐으면 좋겠고,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을 찾아가고, 굿즈를 사고,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어느새 일상에도 새로운 즐거움이 생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아이돌과 팬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열심히 좋아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고, 때로는 내가 응원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인기 없었던 하나가 덜덜 떨리는 손을 아이에게 내밀어 악수를 청할 때, 그 손을 소중하게 마주 잡은 아이가 느꼈을 감정. 그건 내 옆에 둘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좋아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는 감정이니까.
십 여년 전만 해도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일찍 출근하고 야근하고, 쉬는 날에도 회사 메일을 체크하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을 안정적인 삶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개인 생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회사와 자아를 분리하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회사는 회사일 뿐이고, 퇴근하면 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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