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이 되어버렸다
일한 지 14년 차 정도 되니 차장 직급이 되었다. 어느 집단에서나 막내였던 적이 많고, 연상들과 지내는 게 편한 성격이라 선배 노릇하는 것이 영 익숙지가 않다. 우리 회사는 근속연수가 꽤 긴 편이라 아직 나보다 선배인 분들이 훨씬 많지만 계속해서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기에 이제 후배도 꽤나 많이 생겼다. 누군가의 선배라는 게 아직도 조금 어색해도, 온라인 게임인이라면 슬롯적으로 부여되는 지위를 받아들이고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법. 머릿속은 아직 꽃밭이건만 어른스러운 척을 열심히 해보는 단계라 할 수 있겠다. '이걸요? 제가요? 정말 제가 결정하나요?' 하는 속마음을 감추고 '와 진짜 집 가고 싶다'가 입 밖에 튀어나오기 않도록 노력하는 나날. (그러나 실제로 튀어나온 적도 무수히 많다) 다들 그러면서 선배가 되어가는 걸까나. 오늘은 후배도, 선배도 많은, 회사의 중간 연차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회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선배사원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기
'일 잘하는 후배를 좋아하겠지?' 싶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은 바로는 의외로 후배에게 '후배다움'을 바라는 선배들이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후배다움이란 굽신거리며 아부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여유 있는 시간에는 '잠깐 티타임 할까요?'하고 천진한 질문을 던진다든지, 가끔은 '점심 약속 있으세요?' 하고 같이 밥 먹자고 권유한다든지. 특히 나이차이가 꽤 나는 경우에는 선배들이 먼저 권유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친해지고 싶은데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럴 때 가끔 내가 먼저 말 걸고 따르면 그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선배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존중의 언어를 잃지 않되, 거리감을 적당하게 좁히는 것이다. 중간자일수록 선배를 향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단순히 ‘예의를 지켜라’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내가 그들의 판단을 보완하거나 제안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있는 경우, 의욕이 넘쳐서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거나 팀장에게 바로 이슈를 에스컬레이션 하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선배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선배가 바쁘겠지 지레짐작하고 나 혼자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보고 누락을 하면 오히려 그걸 본인을 무시하는 제스처로 생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전 공유를 할 것. 대면이든, 메일이든, 메신저든. 명심하자, 부족하게 공유하는 것보다는 넘치도록 공유하는 게 낫다. 그렇다고 너무 선배사원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비치는 것도 중요하다. 선배가 원하는 건 아부가 아니라 안정감이다. 내가 맡은 영역에서 흔들림 없이 역할을 다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는 선배에게 먼저 알려주고, 결정이 필요한 타이밍에서는 선배를 지원하는 것.
때로는 선배의 방식이 낡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는, ‘다른 접근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요?’처럼 제안형 어조로 풀어내는 게 좋다. 선배는 자존심이 아니라 경험의 무게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걸 건드리지 않으면서 새 길을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현명한 후배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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